땅집고

꽉 들어찬 대형 빌딩… 텅텅 빈 중소형 빌딩

뉴스 유하룡 기자
입력 2012.01.26 03:30

[강남 오피스 시장도 양극화]
대로변 프라임급 빌딩은 빈 사무실 거의 없어 "사실상 완전 임대상태"
이면도로변 작은 빌딩은 관리비·임대료 혜택에도 공실률 20~30% 달하기도

서울 논현동 옛 나산백화점 터에 지난해 9월 준공된 '파로스타워'. 지하 6층, 지상 20층 규모에 연면적 4만6200㎡(1만4000평)에 달하는 대형 건물이다. GE코리아·휴비스 등이 속속 둥지를 틀면서 빈 사무실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걸어서 15분쯤 떨어진 논현동 학동역 이면도로변의 지상 7층짜리 A빌딩은 사정이 정반대다. 건물의 40% 이상이 비어 있다. 2·4·6층은 입주기업이 전무하다. 빌딩 관계자는 "관리비를 받지 않고 임대료도 할인해 주고 있지만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 오피스빌딩 시장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로변 대형 고층빌딩은 빈 사무실을 구하기 힘들 만큼 꽉꽉 들어찬 반면 이면도로변 중소형 빌딩은 상당수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5일 빌딩임대정보업체인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강남권의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전체 건물연면적에서 미임대된 면적의 비율)은 2.85%로 작년 1분기(4.39%)보다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빌딩 규모별로는 온도 차이가 극심하다. 연면적 6만6000㎡가 넘는 이른바 프라임급 빌딩의 공실률은 0.17%에 불과하다.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2008년 3분기(0.15%) 이후 가장 낮은 공실률"이라며 "사실상 빈 사무실이 없는 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 파이낸스센터, 코스모타워 등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은 완전 임대상태를 보이고 있다. 새로 지은 대형 빌딩도 빈 사무실이 거의 없다. 작년 2월 서초동 강남역 인근에 지은 지상 24층짜리 GT타워는 연면적이 5만5000㎡에 달하지만 현재 90% 이상 임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작년 1분기 6.5%에서 계속 낮아지다가 4분기에는 오히려 6%대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역삼동 G공인중개사무소 한모 팀장은 "지은 지 15~20년 된 지상 10층 전후의 중소형 빌딩은 공실률이 20~30%에 달하는 곳이 적지 않다"면서 "3~6개월씩 임대료를 내지 않는 렌트 프리(rent-free) 조건을 내걸어도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 오피스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최근 실물경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세빌스코리아 홍지은 상무는 "대형 빌딩의 주수요자인 대기업은 금융위기에도 영업실적이 좋아 사무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여기에 모바일 산업이 살아나면서 돈을 번 IT기업이 본사를 강남으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누리텔레콤(방배동), 게임빌(서초동) 등 10여개 IT업체가 강남권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일부 대형 빌딩이 임대료를 소폭 인하하고, 일부 층의 분할 임대를 허용하는 등 임대조건을 완화한 것도 수요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ERA코리아 장진택 이사는 "그동안 강남에 둥지를 틀었던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불황에 허덕이면서 임대료가 싼 외곽으로 이전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대형 빌딩과 중소형 빌딩의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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