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外 주택공급, 9년 만에 최대치 기록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 굳이 아파트 살 필요 없어" 전세난도 脫아파트 가속
중견 유통회사에 다니는 김모(38)씨는 지난 6월 서울 화곡동에 새로 지은 101㎡(30평)형 빌라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분양가는 2억3000만원. 주변 4~5년 된 아파트 매매가(4억~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김씨는 "처음엔 아파트 전세를 알아봤는데 매물도 없고 가격도 1년 전보다 20~30%나 올라 포기했다"면서 "어차피 집값이 안 오르는 건 마찬가지인데 맘 편하게 싼값에 내 집에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굳이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는 '탈(脫)아파트족'이 늘어나면서 주택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1980년대 후반 1기 신도시 개발을 시작으로 20여년간 독주 체제를 굳혔던 아파트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당장 올해 주택 공급 실적을 보면 이런 흐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26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단독·연립·다세대주택 등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 공급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말까지 아파트 외 주택 건설 실적은 17만798가구로 2002년(27만707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실적과 비교해도 55%나 많았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주택 건설 실적에서 아파트 외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47.5%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 10년간 평균(29%)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도 올해 분양 물량이 작년보다 25% 늘었다"면서 "이를 포함하면 아파트 외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제로는 절반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외 주택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아파트 전성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아파트가 거의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인구센서스 기준으로 아파트는 818만 가구로 전체의 60%에 이른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1~2인 가구가 이미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상황에서 더 이상 3~4인 가구를 기반으로 하는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파트에 질린 수요자들이 땅콩주택, 한옥 등 '나만의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도 번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전세난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주택 경기가 침체되고 전세난이 확산되면 다세대, 연립주택 등이 틈새 상품으로 부각된다고 말한다. 이런 주택은 집값이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어서 최근 전세 수요자의 매매 전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정부가 각종 임대 사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임대 사업을 하기 위해 매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