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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행한 주거 트렌드] 알뜰한 땅콩주택(단독주택 필지 하나에 두 채 짓는 주택)·편리해진 한옥… 단독주택의 재조명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1.12.23 03:21

웰빙 바람·건축 규제 풀려 거래량 작년보다 18% 늘어
땅값·건축비 아끼는 땅콩주택, 점포형 임대 주택 등도 인기
아파트 시장 살아나면 인기 수그러들 가능성도

22일 경기도 성남의 한 단독주택 단지. 뾰족 지붕에 파스텔 색상으로 단장한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주변에서는 망치질, 용접 소리와 함께 단독주택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띄엄띄엄 놓여진 빈 땅에는 '착공 예정'이라고 적힌 푯말이 꽂혀 있었다. 성남의 '다산부동산공인' 관계자는 "쾌적한 생활을 하려는 단독주택 수요가 최근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뚜렷한 변화는 집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집을 사서 가격이 오르기만 기다리던 과거의 투자 마인드는 사라졌다. 자신이 직접 생활하는 주거공간으로서의 집,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을 겨냥한 투자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이런 시각 변화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파트보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단독주택, 가족이 함께 생활하면서 세(貰)를 놓을 수 있는 부분 임대형 주택 등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땅콩주택과 한옥의 인기몰이

그동안 주택시장의 주류는 아파트였다. 단독주택은 관리가 힘들고 집값도 오르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단독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주거 문화의 웰빙 바람과 단독주택에 대한 건축 규제가 풀리면서 투자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5·1 부동산 대책'에서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 층수를 최고 2~3층에서 3~4층으로 높이고 필지당 3~5가구로 돼 있던 점포 겸용 단독주택의 가구 수 제한도 없앴다.

그 결과 전국의 단독주택 거래량은 올해 9만9877건(10월말 기준)으로 작년(8만4445건)보다 18.3% 늘었고, 건설 실적도 같은 기간보다 12.7%(3만7641채→4만2412채) 증가했다.

단독주택 선호 현상은 새로운 주택형태인 이른바 '땅콩주택(duplex home)'과 전통가옥인 한옥의 인기로 이어졌다.

(사진 위)경기도 용인에 지어진 땅콩주택. 두 개의 주택을 붙여서 지은 땅콩주택은 땅값과 건축비가 일반 단독주택보다 저렴해 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아래)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현대식으로 단장한 한옥의 모습. 몇 년 전만 해도 생활하기 불편하고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한옥이 최근 인기 주거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티출판사 제공·이태경 기자

한 개의 단독주택 필지에 두 채의 집을 짓는 땅콩주택은 두 집의 벽이 붙어 있는 형태가 땅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주택이다. 일반 주택보다 땅값과 건축비를 줄여, 한 채당 3억~4억원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어 경기도 화성·고양시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공급이 줄을 이었다.

친환경 건축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옥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엔 첨단 건축공법과 현대식 디자인을 접목해 생활의 편리성까지 갖췄다. 한옥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가격도 껑충 뛰었다. 4~5년 전만 해도 3.3㎡(1평)당 1500만~1700만원이었던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한옥은 최근 2500만~3500만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가회동의 '소망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는 값이 계속 떨어지지만 한옥을 찾는 고객은 꾸준해 가격도 강세"라고 말했다.

◇점포형 주택·부분 임대아파트, 새 투자처로 떠올라

점포형 임대 주택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상품이다. 대개 지상 1층에 상가를 두고 2~3층에는 주거용 주택을 갖추고 있다. 점포형 임대 주택은 주인이 3층에 살면서 나머지 시설은 세를 놓아 본인의 거주문제를 해결하면서 매달 많게는 400만~500만원의 임대수익도 챙길 수 있다. 직장에서 은퇴한 50~60대 베이비 부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일반 아파트에서는 다양한 부분 임대형 주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9년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처음 등장한 부분 임대형 아파트는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거실과 침실을 갖춘 집주인 공간, 왼쪽은 월세를 놓을 수 있는 원룸으로 설계됐었다.

하지만 최근에 선보인 부분 임대형 아파트는 중대형 주택에 2개의 현관문을 따로 설치해 두 가구가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114' 이미윤 과장은 "지난 9월 용인 동백지구에서 분양한 '신동백 서해그랑블 2차'의 경우 전용면적 117㎡(35평)형 아파트에 20㎡의 임대공간을 별도로 마련, 월 50만원의 임대수익이 가능하다"며 "정부도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부분 임대형 아파트를 도입하고 규제도 완화해주기로 한 만큼 공급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틈새상품, '반짝인기'일 수도

다만 일부 틈새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가 아파트 시장의 불황에 따른 '반짝인기'인지, 장기적인 트렌드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3~4년 전만 해도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도심 외곽에서 타운하우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불편한 교통여건과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최근에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그동안 아파트를 중심으로 생활과 투자가 이뤄져 왔던 주택시장에 새로운 주택유형이 등장한 것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다만 경기 회복,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함께 아파트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 투자자의 관심은 환금성이 좋고 생활하기 편안한 아파트 시장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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