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치 제대로 안되고 서울 등 타지역서 투자 끊겨…
앞으로도 분양예정 물량 많아 수요자들 청약 미루는 모습
포스코건설은 지난 16일 송도국제도시에 모델하우스 문을 연 '송도 더샵 그린워크'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평균 1190만원으로 정했다. 주변 집값보다 3.3㎡당 80만원가량 싸고 인근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가보다는 1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당초 중대형 주택 위주로 지으려던 계획도 중소형이 전체 물량의 85%를 차지하도록 바꿨다. 포스코건설 분양 담당자는 "송도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집값이 떨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심각해지자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07~2008년 최고 100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로 수도권 분양시장의 최대 투자처로 주목받았던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미분양 아파트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분양단지마다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감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올 들어서는 미분양 주택이 1000가구 이상 쌓이고, 아파트 값이 분양가 아래로 떨어지는 등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미분양 쌓이고 집값은 분양가 아래로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지난달 중순 '송도 웰카운티' 5단지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에게 계약금을 되돌려주고 설계변경 등을 거쳐 나중에 재분양하기로 했다. 지상 43층 건물에 중대형 주택으로 짓는 '송도 웰카운티'1063가구 청약접수 결과, 63명만 신청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송도국제도시에서는 분양단지마다 줄줄이 실패했다. 올해 전국 15개 광역시·도 가운데 송도가 위치한 인천지역만 유일하게 1~3순위 내 청약 마감된 단지가 한 곳도 없다. 롯데건설과 한진중공업이 작년 말 공급한 '송도 캐슬&해모로'는 1439가구 모집에 961명만 신청했고, 지난 5월에 분양한 '송도더샵 그린스퀘어'는 2개 주택형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이 모두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10월 말 현재 송도국제도시에는 1060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 있다.
2~3년 전만 해도 2억~3억원씩 웃돈이 붙었던 아파트 가격도 지금은 분양가보다 최대 1억원까지 떨어졌다. 송도의 M부동산중개소 사장은 "최근에는 실수요자들에게 인기 좋은 중소형 주택도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낮게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위주로 주택 공급 과잉"
송도가 수도권의 대표적 미분양 지역으로 전락한 데는 다른 지역에 비해 중대형 주택이 지나치게 많이 지어졌고 국제도시 조성에 필요한 외자 유치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송도는 전용면적 85㎡ 이상인 중대형 주택이 전체 공급량의 60% 이상 차지할 정도"라며 "주택공급이 너무 많았던 데다 서울을 비롯한 타(他)지역 투자 수요도 끊기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이호연 팀장은 "앞으로도 신규 주택 공급이 대거 예정돼 있어 수요자들이 청약을 미루는 모습"이라며 "송도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송도에 국내 대기업 투자가 속속 이어지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날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들어 송도에는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 단지 투자와 롯데그룹의 쇼핑몰 조성 등 투자소식이 잇따랐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현재 5만명 정도인 송도 인구가 2015년에는 20만명이 된다"며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집값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