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 싶더니… 미분양 아파트 눈물의 세일
경기침체로 몇년째 안 나가 업체들 30~40%씩 할인
'최대 8억1000만원 할인'.
최근 서울 강동구 일대 주택가에 처음 분양가보다 8억원을 깎아준다는 아파트 분양 홍보 현수막<사진>이 등장했다. 2009년 8월 입주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이파크' 214㎡(65평)의 미분양 물량이 대상이다.
19억6000만~20억1000만원에 분양된 이 아파트의 현재 할인 가격은 11억원대로 거의 반값 수준이다. 이 아파트는 당시 3.3㎡(1평)당 2000만원이 안 됐던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게 내놓아 미분양이 발생했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당시 경기가 괜찮아 충분히 팔릴 것으로 봤는데 2년째 미분양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준공 후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가 반값 세일 수준으로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발코니 무료 확장,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 간접 할인 방식으로 미분양 주택을 팔던 건설사들이 가격을 30~40%씩 깎아주며 직접 할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강서 그랜드 아이파크'(224㎡형)는 분양가를 5억원 이상 깎았다. 3년 전 첫 분양 당시 가격은 15억7000만원이었지만 현재 10억4000만원에 판매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 미분양이 남아 분양가 30% 할인을 결정했다"면서 "가격을 크게 낮추자 미분양이 절반쯤 팔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지은 '서초아트자이'도 20억원대였던 207㎡의 분양가를 15억원대로 25% 낮춰서 분양 중이다. 분양 시장의 무덤으로 불리던 대구시 수성구의 '동일하이빌 레이크시티'도 미분양 물량을 30% 이상 할인해주고 있다.
미분양 직접 할인은 기존 계약자의 반발과 회사 이미지 악화를 이유로 업계에서는 금기(禁忌)시했던 판매 전략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중대형 주택은 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준공 후 미분양을 끌어안고 있어 봐야 회사 재무구조만 나빠지기 때문에 파격 할인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