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피트니스센터는 기본
북카페·소극장·미니골프장에 대형 찜질방·게스트하우스 갖춘 곳도
호텔급 서비스로 입주민 만족
아침 뷔페·심부름 센터 운영하고 외국어·예능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
한 달 전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직장인 나행복(가명)씨는 매일 아침 상쾌한 하루를 시작한다. 단지 내 수영장에서 물살을 시원하게 가르고 샤워를 마친 나씨가 들르는 곳은 커뮤니티센터 내 식당. 영양사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출근길에 오른다.
퇴근길에는 단지 안에 입점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식사 후에는 자녀들과 함께 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숲과 개울은 여느 공원 못지않다. 주말에 단지 안에서 가족들과 영화를 보고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어느 아파트 주민의 하루를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지만, 최근 입주하거나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라면 주민 공동시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을 아파트 단지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가 주거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단지 안에는 경로당과 관리사무소가 전부였다면, 요즘은 피트니스센터·수영장은 기본이고 독서실·북카페·소극장 등 문화시설까지 들어선다. 주거는 물론 자녀 교육과 취미생활까지 집 안에서 누릴 수 있도록 아파트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에서 분양한 '신동백 롯데캐슬에코' 주민들은 평일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단지 안에 6홀의 미니 골프장(파 3)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길이 6m에 달하는 18개 타석 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도 갖출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에는 미니 카약장이 있다. 괌의 인기 리조트인 'PIC(피아이씨)'를 벤치마킹해 만든 이곳은 어린이들이 배를 타고 직접 노를 저으며 물 위에 있는 섬과 섬을 오갈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수원 아이파크시티'에 들어가면 하늘 높이 솟은 벚나무와 은행나무가 나란히 심어져 있다. 여기에 길이가 2.5㎞나 되는 생태하천 2개가 굽이굽이 흐르고 바로 옆 산책로와 자전거길은 크기가 6만㎡쯤 되는 근린공원으로 연결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시설과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내년 말 입주하는 대림산업의 '의왕내손 e편한세상'에는 주부들에게 인기 만점인 대형 찜질방이 설치된다. 샤워시설과 탈의실까지 갖춰 영업용 찜질방 못지않다는 평가다. 부모나 친척, 친구들이 찾아왔을 때 하룻밤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5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도 부천에 짓는 '리첸시아 중동'은 최상층에 호텔급 스파·피부 관리센터가 꾸며지고 '인천 계양 센트레빌'에는 경인아라뱃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 카페'가 들어선다. 2009년 10월에 입주한 '인천 송도 더샵 엑스포'는 LED 조명을 이용한 20㎡ 크기의 식물농장을 설치, 매달 700포기가량의 상추·청경채·치커리 등을 생산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도심 주택에서 365일 재배가 가능해 시간·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병충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SK건설은 지난달 대구의 '수성 SK 리더스뷰'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에게 호텔식 아침뷔페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번 달 입주를 시작한 '김포한강신도시 우미린'은 장보기에서 주민등록등본 발급까지 입주민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생활도우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예전에는 교육시설이 아파트 인근에 있는 게 자랑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단지 안으로 들어온다. 평택 장안마을에서 건설 중인 '코오롱 하늘채'는 영어교육기관 YBM과 연계한 영어교육프로그램을 단지 내 키즈카페에서 운영하고,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에듀케이션존'을 설치해 입주민 자녀들에게 외국어를 비롯해 음악·요리·미술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원스톱 라이프'로 향한 아파트의 진화는 주택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집을 구입하는 목적이 거주보다 투자에 있을 때는 편의시설이 덜 중요했었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단지 안에서의 삶의 만족도가 새로운 핵심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커뮤니티시설의 고급화·차별화 바람이 불고 있다"며 "아파트 공동시설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