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을 중소형으로 바꿔
지난달 28일 GS건설이 경남 진주에서 문을 연 '진주 센트럴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7000명을 넘을 만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청약 결과도 대성공이었다. 지방에서 보기 드물게 평균 3.7 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3년 전엔 이른바 '사고 사업장'이었다. 단지 전체를 전용면적 147㎡(45평) 이상 대형으로만 지으려다가 금융위기를 겪으며 사업이 중단됐던 것. GS건설 조승완 분양소장은 "전체 분양물량의 90%를 중소형으로 바꾸고 분양가를 30%(3.3㎡당 998만원→720만원)쯤 낮춘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2~3년 전 경기 침체기에 분양에 나섰다가 실패해 애물단지가 됐던 아파트가 최근 재분양을 통해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부산·대구 등 주로 청약열기가 뜨거운 지방에서 재분양 아파트가 많이 나온다. 재분양이란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들이 사업을 잠시 접었다가 다시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재분양 아파트가 성공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과감한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지목한다. 분양가는 낮추고, 대형은 소형으로 바꾸는 등 거품을 빼면서 몸집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대우건설은 작년 10월 경기도 수원에 공급한 '수원인계 푸르지오' 아파트(전용면적 84㎡) 분양가를 4억2000만원으로 책정했었다. 결과는 참패였다.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체 물량의 80%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분양가를 3억6000만원으로 15%쯤 낮춰 재분양에 들어가자 계약률이 80%를 넘어섰다.
지난달 대구시 북구에서 평균 2.44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침산동 2차 쌍용예가'도 2008년에 분양 승인까지 받았다가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을 취소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 인근에서 100% 청약 마감하는 아파트가 나오는 등 시장이 살아나자 중소형 위주로 설계를 바꿔 청약에 성공했다.
다만 재분양 아파트에 청약하려는 소비자라면 최초 분양에서 실패한 원인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