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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

뉴스 고양=정한국 기자
입력 2011.11.08 03:08

[부동산 시장 위축돼 분양권 매매 활성화 어려워]
대출이자 부담때문에 매물만 늘고 가격 떨어져… 판교는 매물 없어 조용

"전매제한 완화요? 분양권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요. 사무실 문을 닫았다가 5일 만에 화분에 물 주러 나왔어요."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만난 김모(51) 대표는 "풀려면 제대로 풀든지…"라며 볼멘 표정으로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실수요자 불편을 덜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겠다'며 꽁꽁 묶어왔던 분양권 전매(轉賣)제한을 일부 풀었다.

서울·고양·성남시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투기과열지구 제외)의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전매 제한을 1~5년에서 1~3년으로 완화한 것.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매물만 쌓이고 가격 떨어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매제한 완화조치로 수혜를 보게 될 아파트는 3만6000여 가구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1만6000여 가구는 지난 9월부터 당장 전매 제한이 풀렸다. 입지여건이 좋은 성남 판교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수원 광교신도시 등에 물량이 몰려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꼽혔던 삼송신도시는 현재 분양권 거래가 거의 없다. 오히려 미분양이 쌓여 있는 85㎡(25.7평) 이상 중대형은 매물만 늘어나 시세가 더 떨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삼송지구 B공인중개사무소 이모(48) 실장은 "일부 고객이 분양권을 팔겠다고 왔지만 시세만 더 떨어질 것 같아 그냥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수원 광교신도시도 상황이 비슷하다. 전매제한이 풀려 거래가 조금 늘긴 했지만 매물이 넘쳐 프리미엄(웃돈)이 되레 떨어지고 있다. 6억4000만원에 분양됐던 A아파트(150㎡형)는 최고 1억원을 호가했던 프리미엄이 전매제한 완화 이후 반 토막 났다. 입주를 앞둔 분양가 6억원대의 또 다른 아파트(150㎡형)는 웃돈은커녕 분양가보다 1000만~1500만원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대출이자 부담이 컸던 소유자들이 전매제한이 풀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시세가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른자위 판교·용산도 무반응

성남 판교신도시도 전매제한 완화 효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다른 지역과 상황이 정반대다. 매물이 사라지고 매수문의는 늘어나고 있다. 판교의 경우 입주 3년이 지나야 가능한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판교로뎀공인' 임좌배 대표는 "비과세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집을 팔면 1억원 이상 양도세를 내야 해 매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착공으로 대형 호재를 만난 서울 용산구도 규제 완화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용산명가공인' 관계자는 "소형 중심으로 거래가 약간 늘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며 "대형아파트 분양권은 대부분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 등으로 매매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는 전매제한 완화 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 시장이 투자가 아닌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돼 있어 분양권 프리미엄을 겨냥한 거래가 활성화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도 "금융위기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책을 편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 다른 불필요한 규제를 푸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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