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개발호재에 벌떼 입찰… 부동산 경매, 땅이 대세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1.10.19 03:17

토지 낙찰가율 3개월 만에 평균 7%p 올라
괜찮은 매물엔 수십명 몰려 감정가 10배 이상에 낙찰도… 전원주택·펜션 수요 늘어 주택 낙찰가는 4%p 떨어져

지난달 26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경매 법정. 경북 봉화군의 밭 1만3426㎡(4000여평)에 대해 경매가 시작되자 42명이 한꺼번에 입찰신청서를 작성, 제출했다. 결국 이 땅은 감정가(2400만원)보다 6배 이상 비싼 1억6200만원에 팔렸다. 경매정보업체 직원은 "최근 이 지역에 펜션과 캠핑장이 들어서는 등 관광지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토지 투자가 '인기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경매로 나온 땅을 사기 위해 20~30명이 달라붙는가 하면 감정가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남승표 선임연구원은 "일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중심으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며 "경매시장 투자 중심축이 주택에서 토지로 바뀌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토지 낙찰가율, 석달만에 7%p 올라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 이후 경매시장에서 주택 투자는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지만 토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6월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1% 선이던 토지는 지난달 77.6%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 낙찰가율이 83%에서 4%가량 떨어진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고가(高價) 낙찰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 대덕읍의 임야(3669㎡)는 감정가(183만원)보다 11배 이상 높은 2111만원에 팔렸다. 감정가가 2517만원인 경남 남해의 889㎡짜리 밭은 2억3900만원에 낙찰됐다.

◇토지 경매가 인기있는 이유

토지 경매에 투자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주택보다 기대 수익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80% 선이던 주택 낙찰가율은 5월에는 85%까지 올랐다. 반면 토지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72%대를 유지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경매의 가장 큰 장점은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것인데 낙찰가격이 시세의 85%까지 오르면서 주택에 대한 투자 매력이 사라졌다"며 "반대로 시세보다 30% 정도 저렴한 토지는 가격 경쟁력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해제해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토지 투자가 늘어난 이유다. 정부는 지난 5월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4496㎢) 중 절반 정도(2154㎢)를 풀었다. 남승표 연구원은 "허가구역에서 풀리면 실수요자가 아니라도 거의 모든 땅을 맘대로 살 수 있다"면서 "경매로 산 땅에 전원주택이나 펜션을 지으려는 투자자들의 상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만 믿고 투자해선 곤란"

최근 경매에서 인기있는 땅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이다. 지난달 15일 경매에 부쳐진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밭 1900㎡은 17명이 입찰해 감정가(4370만원)보다 2배쯤 비싼 가격(8680만원)에 팔렸다. 이 일대에 광(光)산업·첨단부품소재 등 산업단지가 개발된다는 소식에 투자자가 몰려든 것.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가 마련한 개발 계획은 중간에 변경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땅값에 이미 반영된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것보다 투자 위험이 훨씬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태인' 이정민 팀장은 "토지는 같은 지역 안에서도 도로나 행정구역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철저한 현장 분석이 필요하다"며 "빚을 내는 등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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