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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인사이트] 집은 안 팔리고 새집 장만도 어렵고… 세 사는 가구 크게 늘었다

뉴스 유하룡 시장경제팀장
입력 2011.10.13 03:05

[인구센서스로 본 서울의 주거 지형도]
자가보유율은 높아졌지만 자기 집에 사는 가정 비율은 41%로 10년 전 수준 후퇴
집 있으면서 세 사는 가구, 5년 전보다 2배 정도 늘어… 강남 3구에 특히 많은 편
월세, 매년 4만가구씩 늘어 4가구 중 1가구는 월세… 관악·강남 월세비율 높아

지난 5년 동안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높아졌지만 '자가(自家)점유율'(자기 소유 집에 자기가 사는 가정의 비율)은 오히려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집이 있으면서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이른바 '유(有)주택 임차 가정'도 5년 전 19만가구에서 35만가구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12일 본지가 2005년과 2010년 통계청 인구센서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서울의 주거 지형도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3.7%에서 97%로 높아졌다. 주택보급률은 전체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것. 지난 5년간 가구 증가율 이상으로 주택이 더 많이 지어졌다는 뜻이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인 자가보유율도 같은 기간 50.4%에서 51.3%로 소폭 늘어났다.

◇추락하는 자가점유율

주택보급률과 자가보유율은 높아졌지만 정작 자기가 소유한 집에 자기가 사는 가정의 비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2005년 44.6%이던 서울의 자가점유율은 지난해 41.1%로 하락하면서 10년 전인 2000년(41%) 수준으로 돌아갔다. 자가점유율은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모두 뒷걸음칠 쳤다. 지난해 기준 자가점유율 상위 5위에 오른 도봉구·노원구·구로구·양천구·은평구는 모두 5년 전보다 낮아졌다. 5년 전 서울에서 유일하게 점유율 60%를 넘었던 도봉구도 5%포인트쯤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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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강남 3구 중에서는 서초구(43%)만이 서울 평균을 넘었고 강남구(34%)와 송파구(39%)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자가점유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2005년과 마찬가지로 관악구(30%)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점유율 하락에는 주택시장의 거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07년까지는 집값이 오르고 공급도 늘어나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산 수요자가 많았지만 이후 경기 침체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등으로 거래가 얼어붙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2008년 이후 새집을 장만한 전·월세입자의 경우 이사하고 싶어도 대출 규제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집값마저 떨어지면서 새집을 비워놓거나 전·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형 주택 소유자는 집이 팔리지 않아 기존 집을 세놓고 자신은 작은 집으로 세를 들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기 집이 있으면서 남의 집에 세를 살고 있는 유주택 임차 가정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19만가구에서 지난해에는 35만가구로 100%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전·월세 가구 중 약 20%는 다른 곳에 자기 집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강남 3개 구의 경우 평균 25%를 넘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교육이나 직장문제로 강남을 떠나지 못한 채 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월세 가구

자가점유율 하락과 함께 월세 사는 가정이 급증한 것도 주목된다. 2005년 서울의 월세 가구는 67만여가구로 전체의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5년간 매년 약 4만가구씩 월세 가구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전체의 24%가 넘는 86만가구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꼴로 월세를 살고 있는 셈이다. 전국적으로 서울의 월세비율은 제주도(30%), 대전(27%)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관악구는 전체 가구 중 38%가 월세로 살아 월세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도 월세비율이 30%를 넘어 전국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이들 두 지역은 2005년에도 월세비율이 전국 상위권을 차지했다. 월세 증가는 전세금이 계속 오르고, 혼자 사는 1인가구가 급증한 게 원인이다. 실제 서울에 사는 1인 가구는 작년 말 기준 85만여가구로 이 가운데 월세로 사는 가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42만여가구에 달했다. 5년 전(41%)과 비교하면 1인 가구 중 월세 사는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셈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1인 가구는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고 굳이 큰 집도 필요 없어 월세 방을 선호한다"면서 "1인가구는 당분간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커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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