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한달 앞둔 현장 가보니]
층·방향 따라 수억원씩 차이… 좋은 전망 찾는 수요는 꾸준
전망 나쁜 일부 저층 가구는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기도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수영만 요트경기장 인근에 다다르자 바닷가 쪽으로 배의 돛 모양을 한 고층 건물 3개 동(棟)이 눈에 들어왔다. 마린시티에 짓고 있는 지상 72층 높이의 주상복합 아파트 '해운대아이파크'였다. 이달 31일 입주할 이 아파트는 바로 뒤편에 짓고 있는 '두산위브더제니스'(최고 지상 80층)와 함께 완공되면 국내에서 주거용 건물로는 가장 높은 건물로 기록된다.
고층 고급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부산의 강남'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산 해운대에 이달 말부터 국내 최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잇따라 입주한다. 최근 고가 대형 주택의 투자열기가 시들해지고 주상복합도 과거만큼 인기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과연 이들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면이 바다, 72층 펜트하우스 전망
해운대아이파크의 꼭대기층인 72층 슈퍼펜트하우스(분양면적 282㎡). 이 펜트하우스는 분양가만 30억원에 달한다. 거실에 들어서자 정면으로 해운대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왼쪽으로는 광안대교, 오른쪽으로는 요트경기장과 센텀시티 일대가 내려다보였다. 거실 반대편의 작은 방에서도 동백섬과 누리마루가 시야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아파트는 마린시티에서도 바닷가 쪽에 가장 가까워 전체 1631가구 중 저층부를 제외한 50~60%가 광안대교나 센텀시티 조망권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환기와 화재 대책에도 신경쓴 흔적이 보였다.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는 8㎝ 두께의 두꺼운 문이 2m 간격으로 2중으로 설치돼 있었다. 화재에 대비해 이중으로 방화구획을 만든 것이다. 지상 25층과 50층에도 2시간 동안 불길을 피할 수 있는 대피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건물 외관 디자인에 신경쓴 나머지 실내에는 이른바 '죽은 공간'도 눈에 띄었다. 실내 벽 모서리 부분이 반듯한 직각이 아닌 곳이 생겨 통상 사각형 모양인 가구나 가전제품을 배치하기 어려워 보였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계약자들 중에는 실내에 목재나 벽지를 많이 써서 마감재가 고급스럽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평균 2억~5억원
해운대아이파크는 2008년 1월 분양당시 청약 경쟁률이 평균 3대1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런 탓에 현재 대형 아파트는 평균 2억~5억원 안팎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있다. 중·소형이라도 전망이 좋으면 웃돈이 5000만~80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전망이 좋지 않은 저층 가구는 분양가 수준이거나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매물도 나온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계약자 중에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주식 폭락 여파로 매물을 급하게 팔려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주상복합, 엇갈린 전망
해운대아이파크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앞으로 운명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킹덤공인중개소 신동영 대표는 "희소성이 높은 데다 고급 주상복합의 가치를 결정짓는 조망권도 탁월해 수요층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개 단지를 합쳐 3400가구가 넘는 고가 대형 아파트가 한꺼번에 입주하면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114 이영래 부산지사장은 "분양가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파크 계약자 중 상당수는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 목적의 수요자"라며 "잔금을 치르지 못한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