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넘치는 돈, 증시行 머뭇… "이번엔 부동산 시장 노크할수도"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1.08.13 01:07

2008년 주가 37.6% 폭락때 서울 집값 3.7% 하락에 그쳐
바닥 길 만큼 긴 주택시장, 금리 상승 멈춘 것도 호재

22조원에 달하는 주식시장의 대기 자금, 약 630조원으로 추산되는 시중 부동(浮動) 자금…. 미국발 악재로 국내외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등락을 거듭하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여유 자금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증시보다 주택 시장의 변동폭이 작았을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2~3년간 주택 경기 침체로 집값이 대체로 낮게 형성된 점도 투자를 유인하는 요소다.

◆주가 하락의 10분의 1 수준인 주택 시장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자리한다. 역사적으로도 주가가 급락할 때 주택 가격의 변동폭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 국내 코스피지수는 1468.41에서 916.85까지 37.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기간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3.7% 내리는 데 그쳤다.

지난 2일 미국 재정 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12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7.4%(2172.31→1793.31) 떨어지고 시가총액은 200조원 넘게 증발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는 급매물이 쌓이거나 호가가 급락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B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미국발 경제 위기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다. 가격도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충격의 사정권에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벗어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변동폭이 큰 금융장세가 계속될 경우 안전 자산 성격이 강한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멈춰선 금리 상승세, 부동산 투자의 긍정 요인

금융통화위원회는 작년 7월 연 2.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지금까지(연 3.25%) 5차례나 인상했다. 그러나 11일에는 물가 상승 압박에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향후 2년간 '제로(0)' 금리를 유지하기로 해 당분간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은행 이자율이 낮아지면 부동산 수요에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더 내리고 돈이 풀릴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 수익 올리는 수익형 부동산 부각

최근 경제 위기는 부동산 시장에 악재임이 분명하다. 부동산이 금융 상품의 대체 자산으로 활용된다 하더라도 국내외 경제 변수에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구입을 위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던 자금이 주가 폭락에 '반 토막' 난 것도 당장 부동산 투자를 어렵게 한다.

그러나 증폭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어느 정도 잠재워지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부 부동산 상품에 여유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투자 규모가 작고 연 6~7%의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대기 수요층도 두꺼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관심 대상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대표는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 중소형 빌딩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올가을 전·월세 시세가 더 오르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이현석 교수는 "수익형 부동산은 주식이나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며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늘어난 만큼 원하는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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