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곳곳에 내 생각이… 프로슈머 아파트 전성시대

뉴스 박성호 조선경제i 기자
입력 2011.07.21 03:13

신발벤치·폭 넓힌 주차공간…
소비자 아이디어 적극 반영한
맞춤형 내부설계 방식 늘어

"교자상(交子床) 둘 때가 없어요. 그래서 주방 구석에다 세워 놓는데 아이들이 놀면서 부딪혀 다치기도 하고 요리할 때마다 불편합니다."

작년 12월 말 열렸던 GS건설의 주부자문단 '자이엘(XIEL)' 회의. 주부 이모(38)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방에 상(床)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GS건설은 이를 받아들여 아파트 주방의 키 큰 장 뒤쪽 일부 공간을 활용해 상이나 청소용품을 넣어둘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만들었고, 올해 분양한 대구 '신천 자이'에 처음 적용했다.

분양 당시 주부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초기 분양도 성공적이었다. 59㎡형은 최고 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대부분 청약이 마감됐다. 이 수납공간은 다음 달 분양할 서울 '마포 자이 2차'에도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들로 구성된 GS건설의 소비자서비스(CS) 전문 모니터 요원이 입주민에게 내부 벽면에 설치된 월패드(wall-pad) 이용법을 설명하고 있다./GS건설 제공

GS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대구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주부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보폭 넓히는 아줌마들

소비자들이 아파트 설계와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홍보, 보수·관리까지 참여하는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생산적 소비자)'가 주택 시장에도 확산되고 있다. 주부의 손길을 거쳐 실제 아파트에 적용된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림산업 주부자문단인 '오렌지크리슈머'의 회원인 김모(40)씨. 그는 지난해 입주아파트 관리를 담당하는 대림산업의 '오렌지서비스' 팀원들과 부산 '해운대 e편한세상' 현장을 찾았다.

남성들로만 구성된 '오렌지서비스' 팀은 여성인 주부들이 대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고 판단해 주부자문단이 함께 가기로 했던 것. 김씨는 "주부 혼자 있는 집에 남성이 찾아가면 큰 부담을 느낀다"며 "주부자문단이 같이 가면서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아파트 홍보 모델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건설 주부자문단인 '힐스테이트 스타일러'는 현대건설의 아파트 잡지인 '프라미스' 홍보 모델로 활동한다. 대우건설 주부자문단인 '푸르지오 리더스클럽'은 모델하우스를 돌며 사전 품질 점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림산업의 주부자문위원단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방배 e편한세상’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들 과 함께 화분 갈이를 하고 있다./대림산업 제공

◆소비자 눈높이를 맞춰라

최근엔 건설사들도 소비자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추세다. 대림산업은 주부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여성 운전자를 위해 아파트 지하 주차 공간 폭을 10㎝ 넓히고, 현관에 편하게 앉아서 신발을 벗고 신을 수 있는 '신발벤치'가 대표적인 주부 아이디어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분리한 공용욕실을 선보였다. 화장실과 샤워공간을 분리해 가족 여러 명이 동시에 욕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것. 두 공간 사이에 탈의실도 따로 마련했다. 탈의실을 활용하면 샤워실로 들어가기 전에 겉옷과 양말, 속옷 등을 벗고 샤워 뒤에는 옷장에 보관해 둔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주부 아이디어 자문단인 '샤피스트'의 제안 내역 중 아이들을 씻기거나 가족들이 씻을 때 옷을 보관할 공간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며 "모델하우스에서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이었던 아파트 내부 설계 방식도 소비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가변형으로 바뀌는 추세다.

최근 분양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 영통 마크원'은 모든 주택의 침실을 가변형으로 설계했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평면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코오롱건설이 분양하는 '대구 수성못 코오롱 하늘채'는 노년층 입주자나 미취학 아동을 둔 입주자를 고려한 맞춤형 설계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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