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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서울 강남·경기 분당·평촌) 27만여가구 리모델링 올스톱 가능성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1.07.07 03:04

"건축물 안전성 장담 못해" 국토부 "수직 증축 불허"
"공약해놓고 이제와 나몰라라" 해당지역 주민들 강력 반발

정부가 아파트의 수직 증축(增築) 리모델링과 일반 분양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27만여 가구의 리모델링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커지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여야가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수직 증축 허용을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는데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무책임을 성토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1기 신도시는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며 "주거환경 개선의 유일한 방식인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건물 안전 장담 못해"

국토해양부는 올해 2월부터 5개월 동안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리모델링 태스크포스를 운영한 결과, 아파트의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는 건물 구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앞뒤로만 늘리지 않고 위로도 2~3개층 더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평 리모델링보다 아파트 내부구조가 좋아지고, 가구 수도 늘어나 일부는 일반분양해 공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재건축의 경우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건설, 초과이익 부담금 등 각종 제약을 받는다. 이에 비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 없이 각 주택의 전용면적을 30%까지 늘릴 수 있고 일조권, 높이제한 등의 기준도 완화된다.

그러나 국토부는 "건축물의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수직증축에 반대한다. 준공된 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건축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했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는 1980년대 말 주택 200만호 건설 과정에서 부실공사 논란도 있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신도시는 압축성장 시절 급속하게 지어진 측면이 있어 수직증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2년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경기 분당신도시 아파트 단지 모습. 이곳의 아파트들은 준공한 지 15년이 넘으면서 최근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직 증축 안 되면 공사비 급증"

수직증축이 무산될 수 있다는 소식에 서울과 1기 신도시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공식 추진 중인 아파트는 32개 단지, 1만8577가구다. 아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리모델링 연한(준공 후 15년)을 충족하는 아파트는 420여개 단지, 27만여 가구에 달한다.

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로 구성된 리모델링연합회는 각 단지 조합장, 추진위원장과 협의해 대(對)정부 투쟁 등 대응 방안에 들어갔다. 주석찬 안양평촌 목련2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 고문은 "안전은 오히려 주민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라며 "안전하지 않다면 수직 증축 요구를 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주민들은 신도시 아파트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해 리모델링 외에는 주거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형욱 1기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장은 "전면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달리 리모델링은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10% 일반분양 요구는 입주민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일반분양을 10% 허용하면 공사비가 30~40% 절감되고 약간의 추가비용만 부담하면 리모델링 공사를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1기 신도시리모델링 연합회와 한국리모델링협회 등은 주거 전용면적 총량의 30% 이내에서 수직으로 3개층 증축과 가구수 증가를 허용하고 국민주택규모(85㎡) 이하 소형에 한해서는 40~50%까지 증축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증가한 용적률의 3분의 1 이내에서 일반분양을 허용하되 일반분양의 10%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권 공약(公約)이 변수

국토부는 수직증축을 불허하는 대신, 국민주택기금에서 리모델링 공사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 주택개량사업비, 부대·복리시설비 등의 80%를 연 3% 금리로 10년 이상 대출해주는 안(案)이 거론되고 있다. 리모델링한 아파트에 부과하던 취득세를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만 부과하거나 면세해주고, 리모델링 공사 기간에는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직 증축 문제가 완전히 물건너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 당시 여야가 수직 증축과 일반분양을 허용하는 리모델링법 개정안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올 하반기 국회에서 다시 쟁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수직증축이 불가능해지면 신도시 리모델링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며 "리모델링에 따른 건물의 구조 안정 문제와 함께 재건축 기준을 완화하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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