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로 파고드는 도시농업
옥상·발코니 가꾸기 붐
상추 키워 쌈밥 먹고… 자녀 교육에 좋아
콘크리트 없애고 정원 리모델링도 인기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오순씨.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거실 한쪽 벽면에 조그만 정원을 꾸미기 시작했다. 아이비(Ivy)나 스킨답서스(Scindapsus)같은 화초는 물론이고 상추와 고추 등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만 10종류다.
길쭉한 상자 모양의 데크(deck)라고 부르는 화분에서 키울 뿐이지만 정원을 꾸민 후부터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이들도 좋아했다. 초등학생인 김씨의 아들은 실내 정원의 식물을 도맡아 키우다 보니 학교에서 '식물박사'로 통한다. 김씨는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니 아이들 교육과 정서, 건강면에서 모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웃들도 놀러 와서 보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건물 내 텃밭·정원 확산
최근 이른바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도시 근교의 주말농장이 도시농업의 전부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설치와 재배 기술이 본격적으로 연구되면서 아파트와 빌딩 옥상 등에 정원과 텃밭이 만들어지면서 도시인의 실생활 공간으로 파고들고 있다.
최근 완공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신축 빌딩 옥상은 다른 건물과 다르다. 옥상 바닥이 잔디로 덮여 있고 잔디밭 곳곳에는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다. 옥상 가운데는 원두막도 설치해 입주자들이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요즘 새로 신축되는 건물에는 옥상 정원이 필수적으로 설치된다"며 "오래된 건물도 리모델링해 콘크리트 바닥의 옥상을 정원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 등 일반 주택 내부의 거실과 발코니 등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텃밭 일구기도 도시 주부들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3~7㎡ 안팎의 텃밭을 가꾸려면 규모와 재료에 따라 100만원 안팎이 필요해 아직 비용 부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술이 개발되면 비용도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도시농업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영그린의 하현영 대표는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고 조그만 화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재배 기술과 텃밭 설치 방법을 배워 조금씩 키워나가면 색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지자체 정책 지원 잇달아
이미 외국에서는 도시농업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도시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90%를 도시 내·외부의 도시농업으로 공급하고 있다. 일본의 시민농원,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캐나다의 커뮤니티가든 등은 도시농업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국내 도시농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독일에는 도시 인근에 100만개가 넘는 주말농장이 있다. 국내에는 고작 200여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도시농업의 장래를 어둡게만 보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데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도 원주시와 경기도 안성시 등 일부 지자체는 도시농업 보급에 앞장서고 있고 지난달 말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그린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 오는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도시농업연구회 송정섭 팀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기술 개발과 육성·지원 노력이 이어진다면 도시농업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