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3.8% 오르는 데 그쳐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113㎡)의 전세보증금은 4억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 2억95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여름방학과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1억원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단지 안에서도 월세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보증금 5000만원에 매달 160만원을 내야 하는 월세가 165만원으로 오르는 데 그친 것. 대치동 M부동산중개소 사장은 "다들 '전세대란'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전세시세만 올랐다"며 "매물도 전셋집은 나오자마자 곧바로 계약되는데 월셋집은 세입자와 가격 흥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전세난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했지만, 월세 상승폭은 전세 오른 것에 비하면 절반 이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는 전국의 아파트 전·월세 시세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전세금은 평균 8.9% 상승한 데 비해 월세 시세는 3.8% 오르는 데 그쳤다고 21일 밝혔다.
그 이유는 세입자들이 매달 현찰을 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월세임차를 꺼리기 때문이다. 전셋집의 경우 주택을 사들이는 것보다 싼 비용으로 집 한 채를 장기간 사용할 수 있고 내 집 마련의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매달 많게는 100만원 이상씩 내야 하는 월세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
실제 서울 강남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단지별로 전세 매물은 1~2건 정도가 고작이고, 월세 물건은 10~20여개씩 쌓여 있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도 월세는 최근 1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112㎡)는 지난 1년간 전세금이 3억8000만원에서 4억7000만원으로 올랐지만 월세(보증금 1억원)는 180만~200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목동 2단지 아파트(148㎡)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90만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월세도 조금은 영향을 받겠지만, 수요보다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에 상승폭이 작은 편"이라며 "반대로 전세금이 하락할 때는 월세가 더 많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