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모양 강남역 'GT타워', X자 모양 여의도 'S-트래뉴'…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저런 건물은 어떻게 짓는 거죠. 넘어지지 않는 게 신기해요."
지난 2008년 7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등장한 벌집 모양의 '어반 하이브(Urban Hive)', 빌딩 몸통에서 조각을 빼낸 듯 빈공간이 듬성듬성 생긴 '부띠크 모나코(Boutique monaco)', 여의도의 'X'자 모양 오피스텔 'S-트래뉴(trenue)'까지 다양한 모양과 특이한 이름으로 이목을 끄는 빌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S라인 물결' 모양을 한 'GT타워'까지 등장하면서 서울시내 곳곳에서 고층 빌딩 디자인 전쟁이 뜨겁다.
◆비용 더 들어도 랜드마크가 좋다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준공한 물결 모양의 외관을 갖춘 'GT타워'는 네덜란드 건축가 피터 카운베르흐(Peter Cowenbergh)의 작품이다. 지하 8층~지상 24층 규모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려청자의 '곡선'을 입히겠다는 것이 건축가의 의도였다.
GT타워 시행사인 가락건설㈜ 박공용 본부장은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GT타워는 빌딩 고층부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S라인으로 휘도록 만들기 위해 2300여 종류의 유리 1만2500장이 사용됐다. 층별로 각각 다를 수밖에 없었던 프레임 축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각각의 좌표값을 설정해야 했다. 공사 난도가 높다 보니 총 공사비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30%쯤 더 늘어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GT타워는 비용은 늘었지만 현재 90% 가까운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주변에 랜드마크라는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로슈, 무라타전자, 솔라테크, 제네럴일렉트릭(GE) 한국지사 등이 입주하기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강남·여의도, 디자인 각축장
GT타워 인근에 있는 지하 5층, 지상 27층짜리 '부띠크 모나코 빌딩'은 일반적인 사각형 모양 빌딩 몸통에 15개의 '비어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설계를 담당한 매스스터디스 관계자는 "건물 몸통에 빈 공간을 만들면서 표면적이 늘어나 채광과 전망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교보타워사거리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17층 빌딩 '어반 하이브'는 70m 높이 콘크리트 건물 외벽에 지름 1m짜리 구멍 3371개가 건물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규칙적으로 뚫려 있다. 철근을 정밀하게 육각형으로 엮어 건물 뼈대를 만드는 '다이아그리드(DIAGIRD)' 기술이 사용됐다. 외벽의 아래에서 위까지 미리 둥근 구멍 모양의 거푸집을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어 놓은 뒤, 육각형 철근을 짜서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작업을 반복해 필요한 높이를 완성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대형 오피스 'S-트래뉴'도 외관이 특이하다. 지하 7층, 지상 36층인 이 빌딩은 좌우가 비대칭인 알파벳 'X'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다. 이 때문에 1층에서 14층까지는 건물이 수직기준으로 4도와 8도, 16~36층까지는 11도쯤 좌우로 휘어져 있다.
◆디자인 좋으면 임대도 잘돼
새로 짓는 고층 빌딩이 디자인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차별화된 디자인은 건물가치를 높여 임대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성우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 삼성동 현대산업개발 본사 건물도 정면 모습을 바꾸면서 임대료가 20%나 올랐다"고 말했다.
부띠크 모나코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주변 빌딩보다 비싸지만 공실(空室)이 거의 없다. 손미영 리치모나코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42㎡(43평)형의 경우 월임대료가 450만원 정도(보증금 5000만원 기준)로 인근보다 연 2000만~3000만원쯤 더 비싼 편이지만 문의도 많고 공실도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