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산 '부동산 등불' 밝히다

뉴스 부산=오윤희 기자
입력 2011.03.31 03:09

2~3년간 아파트 공급 물량 없어 분양 때마다 수십대 1 경쟁 예사
모델하우스 서면 '떴다방'도 등장개발 호재 겹쳐 당분간 지속될 듯
다른 지방으로 열기 확산… 분위기수도권까지 '훈풍' 번질지 주목

지난 25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구에 마련된 '정관 롯데캐슬' 아파트 모델하우스. 3순위 청약 마감인 이날 모델하우스 앞엔 속칭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 아파트는 최근 전용면적 85㎡(25평) 이하 소형보다 선호도가 낮다는 중대형(101~149㎡·38~56평)이었다. 하지만 "하루 평균 1500~1600명이 찾는다"는 직원들 말처럼 모델하우스 안은 청약자들로 북적거렸다.

롯데건설 권소혁 분양사무소장은 "청약 마감 시간에 은행 업무가 마비될 수 있어 직원들을 은행 창구에 보냈다"고 말했다. 결과는 910가구 모집에 9705명이 청약해 평균 10.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부산 '다대 푸르지오 2차' 아파트 모델하우스(총 374가구). 전날 내린 비로 기온이 떨어져 쌀쌀했지만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를 업고 온 젊은 주부와 예비 신혼부부로 보이는 커플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 부부도 눈에 띄었다. 모델하우스 주차장도 꽉 차 있었다. 104㎡(31평형) 모델 주택을 둘러보던 한 40대 주부는 "올해 초 전세금이 3000만원 더 올라서 전세기간이 끝나면 차라리 집을 사기 위해 청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아파트가 일제히 불을 밝혀 불야성을 이루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옛 수영만매립지). 최근 부산에서는 아파트 분양 때마다 청약 인파가 몰려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 부산=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부산 사하구 괴정4동에 있는‘다대 푸르지오’아파트 모델하우스는 개관 첫날인 지난 25일 쌀쌀한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이 몰려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들썩이는 부산 부동산, 왜?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시장 회복의 변화가 감지된 진원지는 부산이다.

지난해 10월 부산 당리 푸르지오 1차 아파트 분양 때는 부산에서 5년 만에 줄 서기가 연출될 만큼 청약 인파가 몰려 부산발(發) 부동산 시장 회복을 예고했다. 이달 14~16일 당리 푸르지오 2차 분양분도 96%라는 예상 외의 놀라운 계약률을 기록했다.

올해 부산 지역 첫 분양 아파트였던 '명지 두산위브포세이돈'은 이달 초 1256가구 모집에 4359명이 청약해 평균 3.47대 1로 마감됐다. GS건설이 작년 말 선보였던 '해운대 자이'도 1순위 587가구 모집에 1만3262명이 청약해 평균 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희석 '해운대 자이' 분양사무소장은 "요즘 부산에선 모델하우스가 서면 '떴다방'이 따라오는 게 흔한 풍경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뭘까. 공급 부족이 가장 크다. 지난 2~3년 동안 부산은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다. 2009년과 2010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각각 8378가구와 1만4290가구가 고작이었다. 올해 입주 물량도 1만여 가구로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도심은 물론 외곽 지역에서도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 소형 주택을 아예 사겠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교통망이 대폭 확충되는 것도 이유다. 지난해 말 거가대교와 부산~울산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경남 거제와 부산, 부산과 울산의 이동 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된 것. 하만채 대우건설 부산영업소 차장은 "교육이나 문화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서부산권과 동부산권으로 옮겨오는 외지인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이 문을 열고, 국내 최대 나비생태공원·월드컵빌리지 등의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발(發) 열기, 서울까지 올라올까?

부산에서 시작된 부동산 훈풍은 다른 지방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광주광역시의 신흥 주거지역인 수완지구는 최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던 분양권 시세가 일부 회복됐다. '대방노블랜드'(112㎡형)는 분양가에 5000만원쯤 웃돈이 붙어 2억5000만원을 호가(呼價)한다. 이곳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쯤 가격이 떨어졌었다.

미분양이 많아 '건설사의 무덤'으로 불리던 대구도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매매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대구 봉무동에서 분양 중인 '이시아 폴리스'의 계약률은 지난해 말 85%에서 2월 말 92%까지 올라섰다.

울산은 아직까지 냉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대우건설이 모처럼 중소형 아파트 분양에 나설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그렇다면 남쪽에서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부동산 열기가 수도권까지 올라올 수 있을까.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수도권은 보금자리주택이 있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이 살아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수도권의 경우, 아직 미분양 아파트가 많이 남아 있는데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부활이 확정돼 지방의 분양 열기가 확산되는 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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