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지역 너무 크고 고층 빌딩 난립해 있어
리움 미술관·북촌 한옥마을 주변지역과 조화 인상적
성공적인 도시개발 위해서는문화와 전통 잘 유지해야…"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꼭대기에선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에펠탑, 노트르담 대성당이 높이 솟아 있지만, 현대적 건축물 가운데 마천루는 별로 없다. 건물 높이를 최고 37~50m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멋없이 높기만 한 건물로 도시의 아름다움에 '흠'을 내지 않겠다는 파리지앵다운 자존심이다.
영국 맨체스터는 상처와 영광을 함께 가진 도시다. 한때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제조업 쇠퇴와 2차 대전의 포화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었던 맨체스터는 상업시설 재보수, 21세기 도심환경 조성 사업 등으로 문화·산업·레저·관광이 함께 어우러진 영국 북부의 중심도시로 거듭났다.
지난달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지역자력재생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로베르 리옹(Lion) 파리 지역경제개발국장과 크리스 머레이(Murray) 영국 혁신도시발전협의회장에게서 미래를 향한 도시 개발의 비법을 들어봤다. 결론은 "건물을 무분별하게 헐고 새로 짓기보다 부분적인 손질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추구하라"는 것이었다.
-서울 관광을 하면서 도시 개발 과정에서 꼭 고쳐야 할 점이 있다고 느꼈다면 지적해 달라.
"도심 지역이 너무 큰데, 이것은 결국 아침·저녁 교통 체증을 만들어내고, 도시와 주변부의 조화를 깨뜨린다. 또 고층빌딩이 너무 난립해 있고, 이것들이 현대적인 건축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리움미술관이 인상적인 조형물이었다."(리옹)
"인구 1000만명 이상인 도시 중 서울만큼 잘 개발된 도시는 사실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서울이 앞으로도 세계적인 국제도시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보다 향상된 도시 개발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머레이)
-전통과 현대성을 잘 조화시켜 도시를 개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서울 북촌 한옥마을이 좋은 사례다. 문화와 전통을 반영하는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개·보수하는 것이다. 전부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다. 과거 영국도 도시 개발 과정에서 건물을 헐고 다시 짓는 관습이 있었는데, 전통이라는 건 한 번 상실하면 소멸해 버린다."(머레이)
"전통적 생활방식이나 이웃들과의 관계 등 서울이 과거에 갖고 있었던 것을 잘 유지해야 한다. 세계화가 되면서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문화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현재 서울이 가진 것과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리옹)
-영국과 프랑스에서 훌륭한 도시 개발의 사례는 무엇인가.
"맨체스터는 오래된 집을 개·보수해 현대적인 건축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머레이)
"남부 도시 리옹(Lyon)은 한때 개발이 굉장히 뒤처졌지만, 지금은 상당히 급부상한 도시다. 청결함, 도심과 외곽이 조화를 잘 이룬다는 점에선 파리보다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리옹)
-성공적인 도시 개발을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도시 개발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중앙과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잘 조율하고, 각종 이익단체 간 마찰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도시 개발 주체인 해당 지자체가 강력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도시에 힘과 자유를 줘야 한다."(머레이)
"머레이와 같은 의견이다. 프랑스는 매우 중앙집권화된 나라인데, 도시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들라면 역시 지방 분권화다. 지자체에 힘이 있다면 도시재생에서 훨씬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리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