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안 통과로… 다른 지역에도 영향 줄까
하루새 호가 크게 올라 50㎡형 9억대 초반 상승
DTI규제 부활 등 여파… 주변 단지는 아직 '잠잠'
"일주일째 쌓여 있던 매물이 하루 만에 다 들어갔네요. 아파트 호가도 1000만~2000만원씩 다 올라갔고요."
서울시가 개포택지개발지구의 재건축 재정비 안을 통과시킨 지 하루가 지난 24일 오전 강남구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개포동 '강남공인'의 조승호 대표는 "하루 평균 10통 정도 오던 전화가 이날 오전에만 50통 가까이 쏟아졌다"면서 "급하게 팔아야 하는 사람 아니면 내놨던 물건을 일단 거둬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달 초 9억원 안팎이던 주공1단지 50㎡형은 현재 9억2000만~9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2년 가까이 지연되던 개포지구 재정비안이 확정되자 강남 일대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개포 주공1단지 이르면 2013년부터 이주
서울시는 강남구 도곡동·개포동·일원동의 2만8000여 가구 규모 개포지구를 최고 35층 높이의 '미니 신도시급'(4만1135가구)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개포지구 안에 있는 32개의 아파트 단지는 자유롭게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개포 주공1단지. 5040가구로 구성된 이곳은 2003년에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1단지 정비업체인 '씨티빌드건설' 박준호 이사는 "지구단위계획이 통과됐기 때문에 정비계획업무·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등 후속절차를 착착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단계별로 5~6개월씩 걸린다고 가정하면 2013년부터는 이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공사 기간이 3년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주공1단지는 2016년쯤 처음으로 재건축을 마치고 새로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단지들은 사업이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공2~4단지와 개포시영 아파트 등 5개 단지는 현재 조합설립 전 단계(추진위원회)에 있고 개포 한신·주공5~7단지 등 9~15층의 중층 아파트들은 아직 추진위원회도 설립하지 않고 있다. 강남구 황승호 주임은 "현재 추진위가 없는 20여개 아파트 단지는 기본계획수립·안전진단 통과·정비구역 지정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언제 사업이 마무리될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건축 사업 가시화되면 전세시장에 큰 영향"
개포지구 아파트 단지는 아직 재건축 초기 단계지만 2013년 주공1단지를 시작으로 사업이 가시화되면 전세·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 재건축 사업 기간에 집주인들이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데, 자녀 학교와 직장 때문에 멀리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인근 지역의 전세금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매의 경우 집값이 많이 올라 추가 상승은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제도)을 부활시킨 점도 부담이다. 잠실동 '박준 공인'의 박준 사장은 "DTI가 살아나면서 안 그래도 끊긴 매수세가 더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사업 완성까지는 갈 길 멀어"
개포지구 재건축사업이 완성되려면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으로 인근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밋빛 전망만 보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콘텐츠본부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추가 부담금을 감안하면 주변 아파트 같은 평형보다 비쌀 수가 있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없어서 청약을 못하거나 강남의 새 아파트에 살겠다는 사람이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들은 조합 설립 이후부터 사업 준공까지는 짧게는 5년, 길게는 8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