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려 빨리 파는 게 이익"… 업체마다 시세보다 낮게 조정
가격인하 추세 오피스텔도 영향
'착한 분양가로 마감을 앞당기는 게 실속 있다.'
중견 건설업체인 우미건설은 다음 달 초 경남 양산 신도시에서 분양할 예정인 '우미린' 아파트의 3.3㎡(평)당 분양가를 720만~730만원으로 잠정 결론 지었다. 같은 신도시 내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30만원쯤 저렴하다. 이석준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도 평당 780만원은 받을 수 있고, 최근 부산의 청약시장이 인기를 끌지만 영남권 첫 사업인 만큼 안전하게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시절 분양가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고분양가'의 주범으로 꼽혔던 건설사들이 최근엔 오히려 분양가를 더 낮추려고 고심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분양가를 조금 낮추더라도 빨리 분양을 마감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미분양보다 가격 낮춰서 빨리 파는 게 이익"
GS건설은 2008년 3월 광주광역시 북구 신용동에서 110~193㎡형 594가구를 3.3㎡(평)당 710만~760만원에 분양했다. 당시 북구 일대의 평균 시세는 330만~500만원 안팎. 시세보다 최고 두 배 가까이 비싼 탓에 이 아파트는 청약률이 저조했고 아직 일부 대형 아파트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GS건설은 바로 옆 부지에서 546가구를 지난 10일 추가로 분양했다. 이번엔 평균 13.9대1의 경쟁률로 모두 마감됐다. 이상국 분양소장은 "전 가구가 소형인 점도 있지만, 분양가격을 3년 전보다 10% 낮춘 650만~670만원으로 정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분양을 빨리 마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추세는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경기도 동탄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삼성스마트쉐르빌'의 분양가를 3.3㎡당 750만~760만원으로 책정했다. 인근에서 공급된 한 오피스텔은 최고 분양가가 850만원에 달한다. 시행사인 호수인베스트의 이상렬 차장은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하면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할 수도 있었지만, 사업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분양가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주택 사업을 하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때문에 미분양이 생기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가령 서울에서 500가구 규모의 주택사업을 하면서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이 40% 정도 남아 있으면 금융 비용만 140억원이 넘게 발생한다.
◆아파트 분양가 3년 사이 20% 낮아져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2008년에 정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분양가가 비싸면 미분양이 난다는 것을 건설사들이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최근 3년 이내에 청약할 의사가 있는 96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청약자들은 총 20가지 항목 중에서 분양가를 세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에서는 당분간 아파트 분양가가 급격하게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외주건의 김신조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사업승인을 받아 놓고 아직 사업을 못하는 업체가 꽤 많이 남았다"며 "이런 곳은 이익을 남기기보다 빨리 처분하려는 성격이 강해 시세보다 싸게 분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만 수도권 분양 시장도 부산처럼 회복되면 땅값은 언제든지 오를 수 있고, 아파트 분양가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지에 싼값의 아파트가 나오는 요즘이 어쩌면 내 집 마련의 적기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