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호황 분위기 반영, 법정마다 참가자 만원
고가 낙찰 크게 늘어… 열기도 지방서 서울로…
"사건번호 2010-446×× 물건은 2억8530만원을 쓴 차○○씨가 최고가 매수인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12시 30분 수원지법 경매법정. 판사가 입찰자 23명을 앞에 세워 두고 경기도 용인의 전용면적 84.97㎡(25평) 아파트 낙찰자를 호명한 순간 방청석에서 "햐~"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이게 신호탄이나 된 양 법정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감정가 2억8000(만원)짜리를 돈 더 내고 가져가네" "오늘 그런 게 벌써 세 번째야, 세 번째!"
앞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경매가 7000만원인 47㎡ 다세대주택은 7489만원에 낙찰됐다. 16명 입찰자 가운데 세 명이 감정가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냈다. 경매를 참관한 조모(55)씨는 "지방에서부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긴데, 물건만 똑똑하면 경매가에 돈을 더 얹더라도 지금 사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78개 물건 중 5건이 고가 낙찰(경매 감정가보다 물건이 더 높게 팔림)됐다.
최근 경매시장 호황 분위기를 반영하듯 법정은 만원이었다. 130명 남짓한 참석자들은 문 바깥까지 길게 줄을 섰다. 아이를 업은 아기 엄마도 눈에 띄었다. 경매 소식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 명함을 뿌리는 법률사무소 직원들로 법정 바깥도 북적거렸다.
◆싸게 사려 왔다가 비싸게 사서 돌아간다
사람들이 경매법정을 찾는 이유는 싼값에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경매 감정가는 일반 시세 수준에서 결정된다. 대체로 낙찰된 물건 90% 이상이 시세 수준인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게 관행. 하지만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고가 낙찰이 드물지 않다.
9일 서울 남부지법에서도 서울 강서구 화곡동 5억380만원대 단독주택이 5억3800여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가 호명되는 순간 방청객석에선 "3000만원씩이나 올려 썼어?" "미쳤어!" 하는 소곤거림이 들렸다.
지난달 16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두견마을현대벽산 전용 59.95㎡ 아파트에 45명이 몰려 감정가(1억7000만원)보다 높은 1억76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9일 열린 경매에서도 용인시 수지구 59.99㎡ 아파트가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감정가(2억원)보다 높은 2억1799만원에 팔렸다.
◆경매 열기도 지방서 서울로 상경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의 하유정 연구원은 "고가 낙찰이 는다고 해서 부동산시장 전망이 좋아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반영하는) 낙찰률이나 (거래가격 동향을 알려주는) 낙찰가율도 함께 높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 정보업체 부동산태인 이정민 팀장은 "고가 낙찰되는 물건은 서울보다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중저평형 아파트가 많다"며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서울보다 비교적 가격 문턱이 낮은 수도권 경매 시장에 적극 참여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지역 고가 낙찰 건수는 14건으로 지난해 연말(4~8건)보다 크게 늘지 않았지만 수도권은 지난해 12월 21건, 올해 1월 40건, 지난달 60건으로 고가 낙찰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태인)
한편 과거엔 서울·수도권의 경매 시장 열기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만 최근 경매시장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의 열기가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87%로 전국 최고였고, 경남지역은 71.7%, 대구는 62.9%였다. 반면 서울은 45.2%, 경기는 46.1%로 전국 평균(51.4%)보다도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