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파는데 실컷 올리자" 3년새 30%(서울, 3.3㎡당) '껑충'
금융위기로 중대형 인기 '뚝'… 건설사, 중소형 집중 공급
전세난에 당분간 더 오를듯, 매매가도 무섭게 치솟아… 금융위기 전 수준 뛰어넘어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격이 무섭게 뛰면서 대형 분양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건설사들이 안 팔리는 중대형의 분양가는 낮추는 대신 인기 높은 중소형은 가격을 높여 사업 수지를 맞추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분양가가 오르면 기존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도 뛸 가능성이 커 서민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3.3㎡(1평)당 분양가격은 지난 2004년 이후 7년 동안 50%쯤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870만원이었던 분양가는 지난해 1301만원으로 뛰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1060만원에서 1735만원으로 60% 이상 급등했다. 반면 수도권의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는 1214만원에서 1426만원으로 17% 오르는 데 그쳤다.
◆중소형 수요 늘자 "분양가 올리자"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는 이유는 건설사들이 "비싸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격 인상에 적극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중대형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반면 중소형은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집값 상승률도 중소형이 중대형을 앞지르고 있다. 1월말 기준 국민은행 전국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소형(107.6)이 대형(99.1)보다 더 높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최근 중소형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3659가구 중에서 중대형은 전체의 5% 미만인 172가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중소형이었다. 중대형은 분양 물량을 줄이면서 가격을 낮추고, 중소형은 공급 물량을 늘리고 가격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은 지난해 중소형 아파트의 3.3㎡당 분양가격(1735만원)이 처음으로 중대형(1724만원)을 뛰어넘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찾는 사람이 많은 상품의 가격을 높게 받는 것은 장사의 기본 아니냐"고 말했다.
◆중소형 분양가 더 오를 듯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중대형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분양가가 오르면 서민과 중산층이 많이 찾는 기존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그동안 새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분양하면 기존 아파트 시세도 그에 따라 움직여 왔다"며 "정부가 고분양가를 막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용면적 96㎡(29평)가 넘는 아파트 매매가격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말의 고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63㎡(19평) 이하 소형 아파트는 당시 고점을 훨씬 뛰어넘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최근 전·월세난과 맞물려 중소형 아파트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격이 오르면 임대시장에 이어 매매시장까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