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부동산회사 '쿠시먼'
한국지사 황점상 대표의 투자론
"강남·해운대 등 지금이 살 때…
한국 오피스시장 2~3년 약보합세"
"갈수록 지역적인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겁니다. 서울 강남권이나 부산 해운대처럼 도시의 중심 주거지역은 지금이 살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 부동산 서비스회사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Cushman&Wakefield)의 한국지사를 이끌고 있는 황점상 대표는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주택가격은) 급락이나 급등 없는 보합상태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쿠시먼앤웨이크필드는 전 세계 60개국에 230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2년 전부터 한국지사를 맡고 있는 황 대표는 국내 오피스 시장은 2~3년간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상업시설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분양만 하고 빠져나가는 개발업자가 많아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오피스 시장을 바라보는 외국 투자자의 기본적인 시각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오피스 빌딩은 투자자보다는 기업이 사옥 용도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시장에 비해 안정적이다. 빈 사무실이 적고 임대 수요가 많은 우량 물건은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런 물건들은 매입 수요가 상당하다. 문제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빌딩은 임대가 수월하지 않아 가격이 아주 싸지 않으면 매입할 투자자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오피스 시장에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는데.
"국내 오피스 시장에는 연말까지 연면적 기준 66만㎡(20만평)가 신규 공급된다. 2013년까지는 231만㎡(70만평)가 쏟아진다. 물량 과잉으로 대체로 약보합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도심권과 여의도는 공실률이 최고 10%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 다만 강남권은 큰 공급이 없어 강보합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어 전반적으로 급등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보나.
"쇼핑몰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쇼핑몰의 성공은 입지가 가장 중요한데 서울 도심에서는 좋은 입지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형 쇼핑몰이 대부분 서울 외곽이나 교외로 나가고 있다. 일산신도시나 은평뉴타운, 화성 동탄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쇼핑몰 사업은 최근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는 쇼핑몰 전문 디벨로퍼가 없다. 개발자금 동원도 시공사에 의존한다. 해외에서는 펀드 형태로 자금을 조성해 쇼핑몰을 개발한 후 기업공개를 거쳐 상장까지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전문성을 쌓을만한 환경이 안 된다."
―상가에 투자해 수익을 얻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업시설에 투자할 때는 인근 지역 임대료나 권리금을 조사하기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브랜드가 많다는 것은 기업이 그 지역에 자금을 쏟아부을 만큼 시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싼값에 사서 상권이 좋아져 돈을 번다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알려진 상권을 위주로 공급되는 상품을 사는 것이 낫다. 쇼핑몰의 경우 운영도 중요하다. 단순히 분양만 하고 빠져나가는 쇼핑몰은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쇼핑몰을 골라야 한다."
―최근 지방의 각종 복합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쇼핑몰은 지역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라면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피스는 집단화해서 경제권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시설만 좋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방 개발사업이 모두 어렵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은 위치가 중요하다. 송도경제자유구역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굉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업이 들어가기 쉽지 않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카지노나 면세점 같은 대안 프로그램이 있어야 성공을 바라볼 수 있다. 외국기업이 지방 개발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서울부터 들어가 잘돼야 다른 지역도 갈 수 있다."
―세계 부동산 시장은 회복되고 있나.
"미국은 공실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변한다. 공실이 낮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라면 가격도 떨어진다. 시장 대응력이 굉장히 빠르다. 지금은 공실이 많이 줄고 있다. 급매물도 많이 소진됐다. 제일 중요한 점은 미국 부동산 시장은 경제 지표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고용 지표가 가장 중요하다. 아시아의 소비력 증가는 글로벌 경기를 견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정 정도 회복세에 있다고 본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의 약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