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낙찰금액 524억, 한달 前보다 100억 늘어
아파트 1채당 7명 경쟁… 매매시장도 '훈풍' 불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경매시장에 뭉칫돈이 몰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낙찰건수, 총 낙찰금액은 이미 큰 폭으로 증가했다. 3일 경매 정보 제공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 달간 경매에 나온 강남 3구 아파트에서 낙찰된 물건 수는 55건으로 작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총 낙찰금액은 524억원으로 11월보다 100억원 이상 늘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1채 경매에 7명 몰려
지난달 '강남 3구'에서 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총 137건, 총 응찰자는 393명이었다. 낙찰된 아파트 1채당 평균 7명이 넘는 사람이 몰린 것이다.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104.6㎡(31.6평)짜리 아파트는 8억원 초반에 입찰에 부쳐졌지만 16명이 몰리면서 9억712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 아파트가 작년 8월 경매에 나왔을 때는 8억9200만원에 낙찰이 돼 8000만원 정도 가격이 낮았다.
낙찰률(경매에 나온 물건 중에서 낙찰된 건수의 비율)도 지난달에 큰 폭으로 늘었다. 강남구의 경우 총 75건이 경매에 나와 절반 이상인 31건이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은 54.4%. 2007년 3월 이후 4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지지옥션의 강은 팀장은 "강남권 아파트 경매시장은 2008년 이후 위축됐으나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투자자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며 "지금 경매에 나오는 부동산은 시세가 낮을 때 감정가격이 정해진 것이 많아 가격이 오르면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 늘자 집주인들 호가 올리기도
일반 매매시장도 작년 연말부터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강남 3구에서 신고된 거래 건수는 1550건으로 2009년 9월(1977건) 이후 가장 많았다.
강남구 삼성동의 '롯데캐슬 프리미어' 105㎡(32평)형은 지난해 중순 10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다가 최근 11억원으로, 145㎡(43평)형은 15억5000만원에서 16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각각 올랐다고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말했다.
강남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개포 주공1단지도 시세보다 1000만원 정도 싼 물건이 나오면 바로 거래가 이뤄진다. '미래 공인'의 정준수 대표는 "집값 바닥론이 불거지면서 심리적으로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 있다"며 "시세에서 500만~1000만원 정도 싼 물건이 나오면 거래가 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에 '올해는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퍼진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강남권에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콘텐츠본부장은 "올해는 집값 급등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에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