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도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적용하면 분양가 3~4% 할인과 비슷 19%까지 깎아 파는 곳도…
미분양 할인 혜택보다 입지·환경 먼저 따져봐야
올 하반기 지방에서 시작된 주택경기 회복세가 수도권으로 조금씩 북상하면서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 때문에 고전하던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단지에선 분양가 할인·중도금 이자후불제·중도금 무이자융자·발코니 무료 확장 등 각종 간접 할인 조건을 내걸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지방에서 등장한 각종 미분양 마케팅 전략이 수도권에서도 일반화될 조짐이다. 건설사마다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때 미분양 주택을 빨리 팔아 자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사실상 '가격 파괴' 대열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분양가 3~4% 할인과 비슷
최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미분양 아파트 마케팅 방식은 '중도금 무이자' 제도다. 소비자가 주택을 구입한 후 일반적으로 중도금은 은행 융자를 받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자는 분양계약자가 부담한다. 하지만 중도금 무이자 방식이 적용되면 건설사나 시행사가 중도금 융자 이자를 입주 때까지 대신 내준다. 업계에선 중도금 무이자 적용을 받으면 분양가격이 3~4%쯤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서해건설이 짓는 '강남 서해더블루' 아파트의 경우 미분양 물량에 대해 중도금 전액을 무이자로 빌려 준다. 이 아파트는 강남권에서 공급된 중소형(58~84㎡)이지만 수도권 주택 경기가 최악이었던 지난 4월 분양해 계약률이 신통찮았다. 이 아파트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주택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기미가 있을 때 확실한 조건을 제시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서 분양한 '권선자이·e편한세상', 인천 남동구에서 한화건설이 분양한 '에코메트로 3차 더타워'도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분양이 있었던 김포한강신도시(호반건설·우미건설)와 영종하늘도시(현대건설) 등지의 미분양 아파트도 대부분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업체, "아예 분양가 깎아주겠다"
미분양 아파트 마케팅 방법 중 가장 공격적인 방식은 '분양가 할인'이다. 분양가를 할인해 팔면 최초 분양가에 아파트를 매입한 기존 계약자들이 반발할 수 있고, 건설사도 할인 폭 만큼 수익이 줄어 웬만해선 이 방식을 도입하지는 않는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선 가장 확실하게 다가오는 마케팅 기법이다.
대우건설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짓는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 미분양 주택에 대해 초기 분양가 대비 평균 19%를 깎아 팔고 있다. 여기에 중도금 60%는 이자후불제로 융자해 준다.
대림산업이 경기 평촌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평촌 e편한세상'도 애초 분양받은 소비자가 사정상 입주가 불가능해진 187㎡형 주택에 대해 최대 2억원을 할인해 판매 중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상도엠코타운'도 분양가를 12%쯤 할인해 준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미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여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서라도 빨리 분양을 끝내자는 차원에서 분양가 할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분양, "할인보다 입지 먼저 따져봐야"
미분양 판매 촉진책 중 '중도금 이자 후불제'도 일상화하고 있다. 이 방식은 분양자가 매달 은행에 내는 중도금 이자를 입주 후에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분양계약시에 내야 하는 계약금(통상 분양가 대비 10~20%)을 5%까지 낮춰주는 곳도 있다.
최근 주택경기 회복과 미분양 마케팅 영향으로 미분양 주택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분양 혜택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닥터아파트' 김주철 팀장은 "겉보기에는 할인율이 높으면 소비자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할인 혜택이 클수록 애초 분양가가 너무 비쌌거나, 층·조망 등이 나쁜 물량만 남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미분양을 고를 때는 우선 입지나 주변 지역 호재 등 본질적인 측면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