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문의 늘고 호가도 올라…
인기 없던 '중대형'도 거래
"급매물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집주인들이 이제 가격을 낮춰 내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작년 말 이후 집값 하락세가 심했던 분당·평촌·산본·용인 등 경기 남부지역의 주택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격 하락을 부추겼던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고 매수 문의가 부쩍 늘면서 호가(呼價)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 일부 집주인은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는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석 달 전보다 2000만~3000만원씩 올랐다. 최근엔 중대형 아파트도 이따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성남 분당구 정자동 한일 109㎡(33평)형은 현재 시세가 5억4500만원 선으로 8월 말보다 2000만~3000만원쯤 올랐다. 야탑동 코오롱 79㎡(24평)형도 3억5000만원으로 3개월 새 2000만원 이상 뛰었다. 정자동 매일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중대형 급매물도 최근 소화되고 있다"며 "2~3개월 전만 해도 한 건도 없던 문의 전화가 하루 10건쯤 온다"고 말했다.
용인도 마찬가지다. 동천동 래미안이스트팰리스 145㎡(44평)형은 최근 7억75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평촌신도시에서도 중소형 중심으로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분당지역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평균 0.01% 올랐다. 평촌과 용인도 각각 0.03%, 0.02%씩 올라 지난 1월 15일 이후 42주간 지속된 하락세가 멈췄다.
분당·용인·평촌은 한때 '버블세븐'으로 불리며 가격 상승을 선도했던 만큼 시장에서는 이들 지역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지역 아파트 거래가 활성화돼 집이 팔리면 집주인들이 강남으로 옮겨 올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 미래공인중개사무소 정준수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분당·용인에 집을 가진 소유주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현재 보유한 집이 팔리면 강남 아파트를 사려고 대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최근 가격 상승은 급매물이 팔리면서 일시적으로 오른 것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올 연말까지는 2000만원 안팎에서 가격이 오르내리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이 많이 내려간 아파트 중심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