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아파트·오피스텔 등 내년 수도권 물량 크게 줄어
"1~2인 가구 살 곳 없다" 매매가격도 상승할 듯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송지나(가명·28)씨는 직장과 가까운 서울역 주변에서 혼자 전세나 월세로 살 수 있는 작은 오피스텔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는 벌써 한 달째 허탕만 치고 있다. 그는 "방이 나왔으니 빨리 계약하자고 해 퇴근 후 중개업소를 찾아가면 번번이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형 주택과 오피스텔을 찾는 매매·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내년에 중소형 입주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럴 경우 심각한 수급(需給) 불균형이 우려된다. 정부는 도심 소형 주택인 '도시형 생활주택'을 대량 공급해 대처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소형 주택의 절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 수도권 중소형 주택 입주량 30% 줄어
8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8만5000가구로 올해의 절반 수준(56%)으로 추산됐다. 이 중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중소형은 올해 9만5000가구에서 내년엔 6만4000가구로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1~2인 가구의 주택 수요를 흡수해 왔던 오피스텔 입주물량도 내년에는 줄어든다. 지난해 2811실에서 올해 6281실로 늘었던 오피스텔 입주량은 내년에 다시 4609실로 줄어든다.
공급이 줄어들고 있지만 주택시장에서 중소형 선호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건설회사들은 새로 짓는 아파트를 대부분 중소형으로 구성하고, 미분양 주택도 중소형만 팔리는 추세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본부장은 "가족 수가 줄고 주택경기가 침체될수록 소비자들은 시세 차익보다 실제 거주 목적에 맞는 적당한 크기의 집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중소형 주택은 가격 회복세에 접어들어
주택경기가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지만 중소형 주택은 지난해부터 전세금이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올해는 매매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지역은 이달 들어 급매물로 싸게 나온 소형 아파트가 대부분 소진되며 가격이 뛰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오르자 아예 집을 사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도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파구 신천동 엘스아파트(전용 85㎡형)는 최근 한 달 새 실거래 가격이 1억원쯤 상승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용 60㎡)도 같은 기간 시세가 8억2500만원에서 5000만~6000만원쯤 뛰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 폭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중소형 주택에 대한 매수세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 이후에는 수도권 중소형 주택 공급 부족현상이 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이어 매매가격까지 오를까
중소형 공급이 부족해진 데에는 주택경기가 활황이었던 2000년대 중반 주택 공급이 대부분 시세 차익이 큰 중·대형 위주였기 때문이다. 2008년 하반기 이후에는 건설사들이 주택 크기와 관계없이 아파트 공급량 자체를 30~40%가량 대폭 줄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소형 주택 전세난이 내년에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금 급등현상이 중소형 주택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전세금이 오르면 대출을 끼고 '차라지 집을 사자'는 심리가 강해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중소형 주택을 원하는 수요층이 목돈이 없는 서민층이거나 신혼부부 등이어서 전·월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수도권의 경우 전세금 비중(43~45%)이 매매 가격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