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구하기 쉽다" 역세권 중·소형 빌딩들, 원룸·고시원으로 고쳐
'묻지마 리모델링' 땐 낭패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있는 지상 8층 높이의 동인빌딩. 외관은 일반 업무용 빌딩이지만 이 건물에는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서 있다. '케어윌'이라는 노인 장기요양기관이 운영하는 이곳은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반 사무실로 사용됐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임대 수익이 예전만 못하자 건물주인 ㈜동인건설이 노인요양시설을 관리하는 법인을 만들고 건물 내부를 1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로 리모델링했다. 리모델링 공사비는 3.3㎡(1평)당 100만원가량. 회사측은 1인당 이용료 180만원을 감안했을 때 전기료·수도료 등 운영비를 빼고도 매월 1억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홍서 동인건설 사장은 "서울 도심 내에서는 노인요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라며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됐지만, 예전보다 수익성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수익성 낮은 중·소형 빌딩…. 고수익 부동산으로 리모델링
부동산 시장에 빌딩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도심 내 대형 빌딩보다는 세입자 유치가 어려워 공실률(전체 사무실 면적에서 비어 있는 사무실 면적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심 외곽 역세권 5~10층 규모의 중·소형 빌딩이 주 대상이 되고 있다.
건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고시원, 원룸 같은 주거용 부동산이다. 임대를 놓기 어려운 오피스 빌딩보다 수요가 많은 고시원, 원룸으로 바꾸면 수익률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신축할 때보다 투자비도 적게 들고 입주시기도 빨라져 향후 임차인을 찾기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박모씨는 사당역 인근 5층짜리 사무용 빌딩 2개 층을 리모델링해 120실 규모의 고시원으로 바꿨다. 예전에는 임대가 안 돼 꽤 오랫동안 비어 있었던 건물 4·5층을 임대하고 고시원 사업을 시작한 것. 전체 투자비용은 임대보증금과 월세, 리모델링 공사비를 들여 약 3억원 정도. 고시원 이용객 1명당 월 45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받고 있어 매월 5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뿐만 아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모텔을 일반 상가로 리모델링하거나 사우나를 스크린골프장, 여성전용 피트니스 등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경매를 통해 저가로 낙찰을 받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가치를 올리고서 되파는 전문 투자자도 느는 모습이다.
◆'묻지마 리모델링'은 금물…. 시장상황, 관련제도 꼼꼼히 살펴야
이런 '빌딩 리모델링 붐'은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업무용 빌딩은 경기침체, 신축 빌딩 증가 등으로 공실이 늘고 월임대료도 제자리걸음이지만 오피스텔은 1~2인 가구 증가와 전세금 급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서울시가 건물 리모델링 가능연한을 15년으로 단축하고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 및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늘어난 것도 빌딩 리모델링을 확산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수익률이 좋다고 무작정 리모델링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우선 어떤 용도로 쓸지에 따라 적정한 건물 규모가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고시원 등은 인건비, 냉·난방비와 같이 규모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비용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최소 연면적이 400㎡(133평)는 돼야 한다.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연면적이 3300㎡(1000평) 정도는 돼야 좋다. 건물이 너무 노후됐거나 소방시설이 부족할 경우에는 평균적인 공사비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의 장경철 이사는 "건축물 대장을 살펴보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축물인지 확인하고 건물의 용도 역시 적합한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고시원 임대 사업의 경우 해당 건물이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돼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