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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진단] 금리 낮아지자 月임대료 내는 '半전세' 늘어

뉴스 전재호 조선경제i 기자
입력 2010.10.19 03:00

투자처 못찾은 집주인들, 매달 임대료 받는 것 선호
강남·판교신도시 등 전세금 오른 곳에 많아… 세입자 부담 갈수록 커져

내년 초 결혼을 계획 중인 이재철(31)씨는 요즘 주말마다 전셋집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전세금이 더 오르기 전에 신혼집을 구하려는데 몇 개월째 마땅한 집을 못 찾고 있다. 이씨는 "전세금이 오르기도 했지만, 순수한 전세는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금이 오르면서 높은 보증금에 월 임대료까지 내야 하는, 이른바 '반(半)전세'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반전세란 월세제도처럼 일정 보증금을 맡기고 월 임대료를 내는 것이지만, 일반적인 월세보다는 보증금의 비중이 훨씬 높은 게 특징이다.

전세 수요가 늘자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받는 ‘반전세’가 일부 지역에서 늘고 있다. 은평뉴타운의 한 입주자가 주말을 이용해 이사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가령 월세가 많은 오피스텔의 경우, 매매가격이 1억5000만원이라면 보증금은 1000만원 안팎으로 매매가격의 10%에 못 미치는 게 대부분이다. 반면 반전세는 보증금이 매매가격의 30~40%에 달하고 월 임대료는 따로 내야 한다. 전세제도의 높은 보증금에 월세제도의 월 임대료를 절묘하게 결합한 것이다.

◆"금리도 낮은데…" 전세물건 반전세로 전환

반전세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송파구 잠실동, 경기도 판교신도시 등 임차 수요가 많거나 1~2년 사이 전세금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세물건을 반전세로 돌려도 세입자들이 집을 사서 나가기보다 재계약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은행이자가 낮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전세 보증금을 높여 받기보다 매월 임대료 받기를 선호한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 설명이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선 '보증금 ○억원, 월세 ○○만원'이라고 적힌 종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2년 사이 전세금이 2억원가량 오른 '잠실엘스' 109㎡(33평)짜리 아파트는 전세금은 4억원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물건이 보증금 3억원, 월 임대료 60만~70만원 수준에 나와 있다. 잠실나루부동산의 한성숙 실장은 "대부분의 집주인은 전세금 상승분을 월 임대료로 받기를 원한다"며 "잠실 주변에서는 이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세입자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서 보증금을 올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세 위축, 서민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져

반전세의 월 임대료 비율은 일반적인 월세보다는 약간 저렴하다. 예컨대 한 오피스텔의 월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10만원이라고 하면, 반전세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6만~7만의 임대료를 요구한다.

그러나 월 임대료를 요구하는 반전세가 늘어나면 세입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세금이 4억원 정도인 서초구 반포동 동아아파트 106㎡(32평)는 보증금 3억원에 월 임대료 70만원인 매물이 많다. 2년 새 오른 전세금 상승분 1억원이 월 임대료 70만원으로 바뀐 것이다. 김상욱 '은성공인' 사장은 "집주인들은 상승분 전액을 월 임대료로 요구하지만,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높여주더라도 월세는 가능한 한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값 상승기에는 전세를 안고 집을 사려는 사람 때문에 보증금이 많은 전세제도가 유지되지만, 하락기에는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며 "월세가 늘면 세입자의 주거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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