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일방통행식 '공공관리자제도'에 주민들 반발

뉴스 유하룡 기자
입력 2010.09.02 03:02

서울시 재개발방식 바꾸면서
주민이 뽑은 정비업체 취소
"조합의 선택권 보장해야"

최근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정비사업의 투명성 확보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도입한 '공공관리자제도'를 지나치게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여 일부 지역에서 주민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합을 대신해 각종 업무를 수행하는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일이다. 공공관리자제도 시행 이전까지 정비업체는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뒤 선정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추진위 구성 이전인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구청장이 뽑도록 바꿨다.

추진위가 설립되면 주민 동의를 거쳐 기존 업체를 유지하거나 새 업체를 뽑을 수 있다. 문제는 서울시가 최근 정비업체 선정 기준을 새로 고시하면서 이미 업체 선정을 추진해 오던 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용산구 동빙고동 일대 한남5재정비촉진구역이 대표적. 이곳은 지난해 8월 3일 공공관리자제도 시범사업 지구로 선정된 이후 지난 6월 15일 추진위가 설립되면서 정비업체 선정에 들어갔다. 추진위 관계자는 "정비업체 선정 기준이 새로 고시되기 이전인 6월 29일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이후 최종적으로 주민총회에 2개 후보업체를 상정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제기한 총회금지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새 기준에 맞게 절차를 다시 이행하라"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행정처분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면서 추진위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추진위측은 "공공관리자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향후 절차는 서울시의 규정에 따르겠지만 이미 진행된 정비업체 선정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추진위는 서울시의 정비업체 선정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추진위측은 "서울시 방식에 따르면 정비업체의 역할은 동의서 접수 등 단순 용역에 그칠 수밖에 없다"면서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위해 새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남5구역은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최초로 'PM(project manager)' 방식의 정비업체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위측은 "사업성 분석부터 시장조사, 각종 계약서 검토·자문, 설계감리 등 사업 전 과정을 조합을 대신해 처리할 수 있는 업체를 뽑겠다는 것"이라며 "PM을 도입하면 사업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절감돼 기존 방식보다 주민 이익 보호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PM 방식에 대한 기준이 없어 현장에서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선 입찰에 탈락한 정비업체들이 사업추진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서울시가 서둘러 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관리자 제도가 성공하려면 공공성과 투명성은 확보하되 주민 의견과 조합의 선택권을 일정부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갈등이 많은 관리처분과 이주·철거는 조합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일 처리가 쉬운 영역만 공공이 맡겠다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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