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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텅 빈 아파트… '이자 폭탄' 맞은 입주 예정자들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0.08.24 03:01

거래 중단·미입주 사태에 '이자 후불제' 부메랑…
3억원짜리 아파트 연체이자만 月 450만원… 새집을 헐값에 전세 놓기도

수도권 주택시장의 미입주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연간 15~20%나 되는 고(高)금리 연체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이자 후불제' 조건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 연체 이자 부담은 살인적인 수준이다. '이자후불제'란 중도금 대출이자를 잔금과 함께 지급하는 것으로, 이자 납입시기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최근 2~3년 사이 건설사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팔기 위해 이 제도를 대거 도입했다. 그러나 입주를 하지 않으면 중도금과 잔금까지 연체 이자가 한꺼번에 붙어 일반 금리의 2~3배가량 되는 이자를 한꺼번에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진행됐던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건설현장 모습. 주택경기 침체 여파로 주택 거래 시장이 마비돼 인천과 경기도 용인·고양시 등에서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입주예정자에게는 입주 지연에 따른 고리(高利)의 연체 이자가 부과되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이자 후불제, 분양받을 땐 좋아 보이더니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입주 예정기간(준공 후 2~3개월)이 지나면 미입주에 따른 연체 이자율로 15% 안팎에서 최고 20% 정도를 적용하고 있다. 3억원짜리 아파트를 이자후불제 조건으로 샀다면 계약금 3000만원(10%)을 제외한 중도금과 잔금 2억7000만원에 대한 연체 이자(20% 적용된 경우)가 매달 450만원에 이른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계약자들의 딱한 사정을 알긴 하지만 금융기관에서 정한 조건이어서 어쩔 수 없다"며 "입주예정자가 내지 않는다고 건설사가 모두 부담했다가는 우리가 파산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인천 검단동의 미분양 아파트를 '중도금 이자 후불제' 조건으로 분양받은 A씨는 자포자기 상태다. 그는 "계약금을 떼여도 좋으니 해약해 달라고 했지만 건설사에선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며 "계약금은 물론이고 연체 이자까지 4400만원을 꼼짝없이 다 날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당시만 해도 건설사에서 계약금(3400만원가량)만 내면 건설사가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주고 여기에 대한 이자도 입주 전까지는 건설사가 부담한다는 조건에 솔깃했다.

하지만 막상 입주 때가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원래 살던 집을 중개업소에 내놨지만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없고, 분양받은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보다 20% 정도 떨어졌다. 계약해지를 당하면 부담해야 하는 중도금·잔금 연체 이자만 1000만원에 육박한다.

◆주택 거래중단 장기화가 '이자 폭탄' 촉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입주 예정자들은 연체 이자를 물지 않기 위해 입주 아파트를 '헐값'에 전세를 놓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 성복동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모(48)씨는 205㎡(약 62평) 아파트 전세금으로 1억6000만원을 받고 세입자를 찾았다. 같은 단지에 있는 더 작은 아파트(159㎡·48평) 전세금보다 약 2000만원 정도 더 싸다. 박씨는 "연체 이자를 내느니 차라리 헐값에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깎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 거래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7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8404건으로 지난 4년 평균(2006~09년) 같은 달 거래량(1만8824건)의 45%에 불과한 수준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의 이영진 이사는 "주택거래 중단사태가 장기화하면 미입주 사태가 확산돼 서민들의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확실하게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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