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개발사업 지지부진… 부동산 경기 지나치게 낙관
금융권은 대출 꺼리고 정부 '컨트롤타워'도 없어… "짓고 보자"경쟁… 공급 넘쳐
2000년대 초부터 추진된 민·관(民·官) 합동 개발사업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포함해 30개 정도. 그러나 지금까지 사업이 제대로 완료된 것은 4개뿐이고 나머지 사업은 대부분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민·관 합동 개발사업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기업이 땅을 공급하고 민간 금융회사 및 건설사가 자금을 대고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총사업비 규모가 5조원대로 용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기도 판교신도시 알파돔시티도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 알파돔시티는 판교신도시 내에 백화점, 호텔 등을 짓는 사업으로 개발사업자인 '판교알파돔PFV'가 토지 중도금 4248억원을 내지 못해 계약 해제 위기에 놓였다.
파주 운정신도시에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주거, 업무, 상업시설을 지을 예정이었던 유니온아크도 자금 조달에 실패, 사업기간을 2년 연장해 달라고 최근 사업 발주기관인 LH에 요청했다.
민·관 합동 개발사업이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인 이유는 사업 추진 당시 부동산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했기 때문이다. 실제 알파돔시티의 경우 사업을 처음 계획했던 2007년 당시 상가 분양가를 3.3㎡(1평·연면적 기준)당 300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꺾이면서 현재 이 주변 상가의 시세는 3.3㎡당 16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사업 계획에 따라 분양을 하면 미분양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 이 때문에 돈줄을 쥔 금융권이 대출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사업을 벌인 것도 사업 중단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이후 추진된 민·관 합동 개발사업은 총 21개. 이 중 수도권에만 15개나 된다. 경기도 동탄 1신도시에 복합단지를 짓는 메타폴리스는 아파트 분양만 끝낸 상태에서 4년째 사업이 겉돌고 있다. 사업 계획을 무리하게 짠 탓도 있지만 국토해양부가 사업지 바로 앞에 1신도시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큰 동탄 2신도시를 개발한다고 발표했고, 경기도도 주변 지역에 에콘힐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복합단지를 짓는 계획을 밝히는 등 과잉 공급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대부분 사업이 개발 계획이 비슷한데다 동시 다발적으로 동일한 권역에서 사업이 추진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