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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넓어진다… 고급 주택에 부는 변화의 새 바람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0.07.23 04:07

아파트와는 다르게… 운동장 같은 정원에 텃밭도 제공
작가주의… 이타미 준 등 유명 건축가 설계
거품도 빠져… 3.3㎡당 1000만원대 집도 잇따라

지난달 경기도 판교신도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고급주택 '성남 판교 윌든하우스'가 1순위에서 최고 688대 1이라는 엄청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장엔 오랜만에 '떴다방'(이동중개업자)까지 등장했다. 이를 보고 수도권에서 고가(高價) 타운하우스와 골프빌리지를 분양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봤다"며 흥분했다.

최근 고가 주택시장도 일반 아파트 시장과 마찬가지로 고전하면서 마케팅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 비싼 집'이 아닌 철학이 있는 집, 최고의 작가가 만든 집처럼 아파트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소비자 관심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격과 크기에서 거품을 빼 틈새시장을 노리는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타운하우스 ‘지산 발트하우스’(231㎡형)는 525㎡에 달하는 넓은 마당을 제공한다. / 더 뮤지엄 제공

◆아파트엔 없는 '마당'을 알려라

최근 고가 주택 시장에서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는 것이 '마당'이다. 도심에서도 타운하우스처럼 200㎡가 넘는 넓은 집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웬만해선 구경할 수 없는 게 마당이다.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에서 건설 중인 '지산 발트하우스'는 분양면적 231㎡형 주택의 마당이 525㎡가량 된다. 마당에 정원을 만들고 자녀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까지 생긴다. 주방 뒤편으로는 텃밭까지 마련했다. 화성 동탄의 '동탄 푸르지오 하임'도 221㎡형 주택의 마당 면적이 250㎡나 된다. 용인 동백 아펠바움도 227㎡형 기준으로 마당이 200㎡ 이상이다. 마당이 넓으면 아파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지지분이 크다.

아예 골프장 한가운데 집을 지어 잔디가 펼쳐진 페어웨이를 자기 집 앞마당처럼 조망할 수 있도록 한 곳도 있다. 쌍용건설이 용인 코리아CC 내에 지어 분양하는 골프빌리지 '투스카니 힐스'(91실)는 모든 주택에서 페어웨이 조망이 가능하다. 시행사인 '엠씨엠홀딩스' 전병민 사장은 "최상의 조경을 갖춘 골프장의 4계절을 집 안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자기 집 마당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게 투스카니 힐스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이 경기 용인 코리아 컨트리클럽 내에 지어 분양하는 고급 단독주택 ‘투스카니 힐스’. 이 주택은 골프장 한가운데 지어 넓은 페어웨이를 자기 집 앞마당처럼 조망할 수 있다. / 쌍용건설 제공

◆고가 주택의 새로운 바람 '작가주의'

최근 고가 주택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이 '작가주의'다. 유명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 보통 집이 아니라 '작품주택'에 살 수 있게 한다는 것.

최근 분양 중인 고가 주택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쌍용건설이 서울 종로 평창동에 짓는 '오보에 힐스'는 프랑스 예술문화훈장과 아시아 문화환경상 수상, 제주도 포도호텔 설계 등으로 유명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집에 살고 싶어하는 부유층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설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LIG건설이 서울 성북동에 짓는 '게이트힐즈 성북'은 세계적 건축가 조엘 샌더스가 설계했다. 이 주택은 미국 건축가협회가 선정한 우수 설계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한일건설의 '루아르밸리'는 프랑스건축가협회장 로랑 살로몽이 설계했다. '2011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고 있는 승효상씨도 동료 건축가들과 함께 '지산 발트하우스'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가격도, 크기도 거품을 뺐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를 고려해 아예 가격을 낮추고, 주택크기를 줄여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원형 주택도 등장하고 있다. 보통 수도권 고가 주택은 최소 150㎡에서 평균 200㎡ 이상으로 일반 아파트보다 대체로 큰 편이다.

하지만 최근엔 공급면적을 일반 아파트 수준으로 줄이고, 분양가도 3.3㎡당 1000만원대로 낮춘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SK그룹 부동산개발전문업체인 'SK D&D'는 84~200㎡의 중대형 위주로 구성했던 단독주택 브랜드인 '스카이홈'에 69㎡의 소형상품을 추가했다. 이 상품은 땅 주인이 집을 지어 달라고 요청하면 공장에서 공정의 80%를 마친 뒤 현장으로 옮겨 집을 지어 주는 방식이다. 동문건설이 고양 삼송지구(B-1블록)에서 8월에 분양할 예정인 타운하우스 '고양 삼송지구 동문굿모닝힐'도 공급면적이 120㎡형(200가구)으로 작은 편이다. 일성건설이 김포시 양촌면에 짓는 '일성트루엘' 역시 공급면적이 139~153㎡ 수준이다. 반도건설이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공급하는 타운하우스(100가구) 크기도 136㎡ 규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하지만, 주택이 너무 크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 주택 구입을 망설였던 소비자를 위한 주택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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