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성 일꾼' 없으면 부동산시장 안 돌아가!

뉴스 박성호 조선경제i 기자
입력 2010.06.25 03:02

"분양 도우미가 아르바이트?
세무·청약 줄줄 꿰는 프로죠 "시공 안전관리까지 '우먼 파워'

H건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분양 상담을 하는 주부 안모씨(34). 결혼하기 전부터 모델하우스 분양 도우미로 일했던 안씨는 아파트시장에 몸담았던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그는 모델하우스 내에서 분양사무소장을 능가하는 전문가로 통한다. 안씨는 "모델하우스를 찾아오는 고객들의 눈빛만 봐도 실제 계약을 하러 오는지, 아니면 구경만 하러 오는지를 알 수 있다"며 "특히 친정엄마를 데리고 두 번째 방문하는 주부는 계약할 가능성이 거의 절반 이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 시절에는 모델하우스에 서서 환하게 웃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오래된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말(言)'이 그의 경쟁력이다. 누가 아파트를 살지를 판단하는 정해진 공식은 없다. 그는 "여자의 감(感)이라고나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바닥에 오래 있다 보면 느낌이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분양하는‘잠실 월드마크 푸르지오’모델하우스에서 분양 도우미가 방문한 고객에게 주택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분양 도우미를 비롯해 상담사, 재개발₩재건축 사업 홍보요원 등 부 동산 시장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우건설 제공

◆분양 도우미에서 시공현장 안전 관리까지

주택 마케팅시장에서 '우먼 파워'가 몰아치고 있다. 모델하우스에서 고객을 안내하는 분양 도우미에서부터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의 영업사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 입주를 도와주고, 입주 후 관리하는 업무까지 여성들이 사실상 주력(主力)부대로 움직이고 있다.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아파트를 짓는 것은 남성이지만, 그 밖에 모든 현장에서 여성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여성들이 확실하게 장악한 영역 중 대표적인 부문은 각 대형 건설사가 운영하는 '주부 자문단'. 주부의 입장에서 아파트의 설계·동선·마감재·평면 등에 대해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주는 것이 일이다. 주부들의 잔소리가 건설사 입장에선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진심 어린 '충고'.

포스코건설의 주부 자문단 '더 샤피스트'로 활동하는 오명화씨(49). 오씨는 남성 근로자들이 지은 아파트에 여성의 시각에서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일을 한다. 오씨는 "아파트에 가장 오래 머무는 주부 입장에서 전체적인 색감과 주방 동선, 수납공간 등을 체크하고 콘센트 위치까지 꼼꼼하게 따져 보고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주부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GS건설은 아파트 주민 중 과거 주택 관련 업무를 했던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이안 매니저'를 선발해 하자 보수 등에 대한 상담 등 상품 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맡기고 있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은 '21세기위원회', 대림산업 '오렌지 크리슈머',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스타일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주부 자문단'으로 나서고 / '분양 상담사'로 뛰고 / 재건축·재개발 홍보까지

◆아파트 분양 시장의 실제 분양 도우미

주택시장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모델하우스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닛(주택 모형)을 설명하는 분양 도우미. 분양 대행사 '더감'의 이기성 사장은 "모델하우스를 찾는 고객들의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서로 공감하는 언어로 설명하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아르바이트한다는 개념으로 분양 도우미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 분야에서도 '전문성'이 중요하다. 주택 분양시장과 관련된 양도세, 취득·등록세 등 세무 지식은 물론 주택 공급 주체와 유형, 크기, 지역별로 나뉘는 복잡한 청약자격에 대해서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라기보다는 여성 분양 도우미 10~30여명을 이끄는 팀장 중심의 전문 영업 조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기성 사장은 "경력이 오래된 베테랑 분양 도우미는 계약률이 다른 사람에 비해 2~3배 이상 월등히 높다"며 "이 때문에 팀장급 여성 사원의 월급이 대기업의 남성 직원들보다 훨씬 많은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공현장 품질 관리도 최근 들어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진 분야다. LIG건설 기술연구소 김진영 주임은 "품질 관리면뿐만 아니라 현장 안전 관리 부분에서도 여성들이 인정받고 있다"며 "남성들이라면 위험하지 않다고 그냥 지나칠 부분도 여성들이 보면 딱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구매층은 여성, 파는 것도 여성이 유리

여성들이 주택시장에서 활발하게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아파트 구입 결정권을 실제 여성들이 행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수주 영업 최전선에서 여성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을 만나 각종 조건과 혜택을 설명하며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해 달라"며 주민 설득작업을 벌이는 것도 여성의 몫이다. 최근 수만 가구의 재건축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강동구 지역에선 단지마다 최소 1000여명의 여성 홍보인력이 투입돼 활동하고 있다. 재건축 영업의 특성상 영업사원이 조합원 집을 직접 방문해 얼굴을 맞대고 설명해야 하는데 남성이 찾아가면 아예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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