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자제도' 이르면 내달 16일부터 도입
계획수립서 사업완료때까지 구청 등 공공기관이 관리
"공무원이 부정부패 연루" "사업비 더 증가" 우려도
이르면 다음 달 16일부터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된다.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되면 현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 여건도 상당히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관리자제도는 구청장이 직접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
새로운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복마전' 같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공공이 개입해 사업속도를 높이고, 조합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조합과 건설사들은 공공기관이 사업을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사이의 갈등 등 개인의 재산권 행사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관리자제도 이르면 다음달 중순 도입
공공관리자제도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할 때 계획수립 단계부터 사업을 완료할 때까지 해당 구청장이나 SH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관리를 맡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정비업체 선정, 조합설립 이후 철거업체와 시공사와 설계사를 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되면 이 과정이 확 달라진다.
우선 정비업체는 구청이 예정구역으로 지정한 직후 선정한다. 또 추진위 구성 이후 설계사를 정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시공사와 철거업체를 선정한다. 운영자금이 없는 조합에 건설회사가 미리 조합 운영비를 부담하는 현재의 관행도 바뀐다. 구청이 저리(低利)로 조합 운영비를 융자해 준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건설업체와 조합의 유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또 추진위원회 및 조합 임원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할 수 있게 해 임원 선출을 둘러싼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윤옥광 서울시 공공관리과 주무관은 "공공관리자제도를 서울시와 지자체가 조합 대신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서울시는 위법성 여부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할 뿐 직접 사업에 관여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성수·한남 시범지역으로 추진
현재 서울시는 17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해 공공관리자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중 지난해 7월 1차 시범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4곳)과 2차 시범지역인 한남뉴타운(5곳)의 사업추진이 가장 빠르다. 성수지구는 지난해 8월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이후 사업속도를 높여 지난해 10월 추진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이후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최근에는 조합설립 준비에 한창이다.
현재 공공관리자제도 도입과 관련된 조례안이 서울시 의회에 상정돼 있어 이달 중으로 통과된다면 내달 16일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달 16일까지 시공사와 설계사를 선정하지 못한 재개발·재건축 사업 조합은 의무적으로 공공관리자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서울시는 시행 즉시 적용을 받는 재개발·재건축사업 구역이 최대 461곳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10여곳이 공공관리자제도 도입에 앞서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나머지 사업지는 공공관리자제도 아래에서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사업기간 늘어난다는 반대론도
공공관리자제도가 곧 도입될 예정이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하면서 밝혔던 사업비 절감 부분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공공관리자제도 도입으로 공사비의 20%가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대여금 이자와 예비비가 각각 53%, 70%가량 감소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당시 조합원이 660명인 A지역이 1230가구로 재건축되면 가구당 1억원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결과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분석 대상이 모든 재개발·재건축 현장에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며 오히려 사업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업기간이 단축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추진 단계별로 공무원이 부정부패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고, 사업시행인가 후 조합원 갈등, 비용부담으로 인한 사업지연 문제를 공공기관이 관리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의 경우 7월 공공관리자제도가 일괄 적용되면 현재보다 사업이 더 지연돼 조합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동구의 한 재건축사업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눈앞에 둔 만큼 내달 공공관리자제도 적용을 받게 되면 시공사 선정까지 1년 가까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공공관리자제도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조남득 주거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대부분 사업 초기의 단지들은 공공관리자제도가 시행되면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속도를 내고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