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실종됐지만 서울·수도권 2년새 올라…
"강남·분당·재건축 내려 체감 하락폭이 큰 탓"
올해 2월 이후 시작된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 지역에선 한주 사이에 4000만~5000만원씩 가격이 떨어졌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부동산 중개업소 개업 이래 이런 불황은 처음 겪어 본다"는 푸념도 나온다.
정말 집값이 엄청나게 떨어진 것일까. 서울 동작구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버티는 바람에 거래가 거의 없어 솔직히 집값이 내렸는지 올랐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운데 다들 집값이 폭락하는 것처럼 말한다"면서 "강남 집값이 내려가니까 폭락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실제 가격 하락폭이 크다기보다는 '체감 하락폭'이 클 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집값, 예전 고점보다 오히려 높다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택시장 조사 기관이 발표하는 자료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수도권 집값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국토해양부가 공식 통계로 사용하는 국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은 2년 전인 4월 14일과 현재를 비교해 볼 때 오히려 1.2%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강 이북 지역은 1.6% 올랐고, 한강 이남 지역은 0.7% 상승했다. 서울의 전체 25개 구 중 2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곳은 불과 6곳뿐이다. 송파구가 3.3% 하락한 것이 낙폭이 가장 크고, 나머지 광진·강남·성동·용산·동작구는 하락률이 -2.5% 이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아파트 거래가격 지수에서도 집값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2000년 1월 집값을 '100'으로 볼 때 서울 집값의 최고점은 291.7(2008년 2분기)이었지만, 올해 1분기 지수는 292.5로 나타나 오히려 0.8포인트 높았다. 경기도는 이전 최고점보다 무려 14포인트나 높았다. 실제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 공덕2차' 아파트(전용 85㎡·26.7평)의 경우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07년 1~3월의 시세는 6억500만원 안팎이었다. 현재 시세도 6억500만원 선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특정 아파트나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떨어진 곳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수도권 집값은 과거 가장 많이 올랐을 때보다 지수상으로는 거의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주거선호지역 분당·용인 하락폭 커, 소비자도 불안
'수치'상으로 수도권 집값은 내리지 않았는데 소비자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서 집값이 엄청나게 떨어진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주택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지역의 집값 하락폭이 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기도에선 분당·용인 등의 집값 하락폭은 두드러진다. 용인 아파트 가격은 지난 2년 사이 무려 10.8%가 떨어졌고, 용인 수지구는 무려 14.6%나 떨어졌다. 또 분당 아파트 가격도 9.8%가 하락했다.
게다가 최근엔 강남 아파트는 물론 서울 집값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강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0.07%(2월)→0.55%(3월)→1.93%(4월)씩 하락하면서 낙폭이 커지고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전통적인 주거 선호지역의 집값 하락폭이 크고, 재건축 아파트 가격마저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져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택 가격 하락폭은 훨씬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주택 거래가 막혀 있으면 언제라도 집값 하락폭이 갑자기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있어 집값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집주인들의 인내심이 바닥나면 집값 하락폭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