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택시장 훈풍… 한국은 어떻게 되나
DTI규제 확대 이후 내리막… 일부 "대세 하락기" 비관론… "충분히 조정받았다" 반론도
한국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과 집값의 오르내림이 비슷한 동조화(同調化) 경향이 강했다. 당시 글로벌 저금리 기조를 타고 전 세계 집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한국도 2001~2003년까지 해마다 20% 안팎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딴판이다. 중국·호주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택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작년 말부터 약세로 돌아선 집값은 올 들어서도 회복은커녕 일부 지역에서는 마이너스 상승률마저 보이고 있다. 세계 시장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실물 경기 앞지른 '과속 상승'이 문제
시계를 작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미국·영국 등 다른 국가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주택 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한국 집값은 2008년 말 반짝 쇼크를 겪은 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가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경기 부양적 성격의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시중 부동자금까지 가세하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3월 이후 집값이 급등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일부 아파트는 1주일 새 1억원 이상 시세가 치솟고, 매수 대기자들이 줄을 섰을 정도"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과열을 우려한 정부는 작년 9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확대하는 긴급 처방전을 내놓았고, 이후 집값은 내리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국 집값이 실물 경기를 지나치게 앞질러 상승했던 게 침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성대 이용만 교수는 "IMF 외환위기 당시 1년 만에 집값이 급등했던 기억을 갖고 있던 수요자들이 이번에도 빨리 회복될 것이란 성급한 기대감에 미리 반응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1분기와 2분기 한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집값은 1~3월을 빼고 계속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데다 DTI 규제라는 인위적 규제로 인해 거래에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3년간 조정 거쳐… 연말이 분수령 될 듯
그렇다면 한국 집값은 이대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는 걸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가계부채와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비관론을 주장한다. 그러나 반등론도 만만치 않다. 그 근거는 지난해 집값이 반짝 상승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난 3년간 조정기를 계속 거치면서 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집값은 지난 2006년 13.8%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2007~2009년까지 3년 연속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1~2%대 오르는 데 그쳤다. 인구 감소로 주택 수요가 감소한다고 하지만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 주택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지켜볼 대목이다. 실제로 수도권 미분양 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85㎡ 초과 대형 주택은 2만 가구에 육박하지만 소형 주택은 6000여 가구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IMF 외환위기 때 주택 건설업체의 도산이 잇따르고 공급이 중단되면서 결국 2~3년 뒤 집값이 뛰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도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당분간 집값은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며 "실물경기 회복 시기와 정부의 출구전략 실행이 맞물리는 연말이 집값 반등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