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분양 다시 기승
"이건 과장이 아닌 사기예요. 어떻게 이런 광고가 아직도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N쇼핑몰' 앞. 이곳엔 이 상가를 분양받은 소유자 50여명이 굳은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이들은 상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순식간에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이 상가는 분양 당시 5000만원을 투자하면 매월 100만원이 넘는 수익금을 돌려준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지급한 적이 없다는 것.
한 상가 소유자는 "5년 전 분양받을 때는 꿈에 부풀었지만 지금은 퇴직금만 날리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허위·과장 분양 사례 속출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허위·과장 분양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 15% 수익 보장', '임대 100% 완료' 등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며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파격적인 분양가 할인을 내세우거나 '확정', '보장' 같은 문구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곳들도 과장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로동에 있는 N쇼핑몰은 지금도 '실투자금 500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150만원 이상의 임대수익을 보장한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상가는 현재 주말에도 고객이 거의 들지 않고 오히려 관리비 부담 때문에 분양가의 절반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는 실정이다. 작년 7월 이 상가 2개를 분양받은 박모씨는 "분양 당시 면세점 허가가 확실해 해외 관광객의 주요 관광처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구청에 확인해보니 면세점 허가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분양받은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임대 수익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씨를 포함한 이 상가 분양자들은 조만간 소송을 낼 계획이다.
◆수익률 보장 등 사기성 분양도
수익률을 뻥튀기하는 사례도 많다. 인천시 부평구에서 원룸텔(원룸과 오피스텔의 합성어)을 분양하는 한 업체는 3000만원을 투자하면 연 12% 수익을 확정·보장한다고 했다. 이 원룸텔의 총 분양가는 6000만원 안팎. 분양회사측은 "분양가의 절반인 3000만원을 대출받아도 월 50만원(보증금 500만원) 이상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 임대료는 업체가 보장해 주는 게 아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 건물 주변엔 40㎡짜리 아파트 월세도 40만~45만원(보증금 500만원) 수준인데, 누가 원룸텔에 들어가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원룸을 분양하는 모 업체도 4000만원 투자로 연 600만원을 확정해 준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업체가 보장해 주는 수익은 전무(全無)하다.
토지도 수익성을 과장하는 사례가 많다. 모 업체는 충북 충주호 인근 전원주택용 토지 330㎡가량을 2000만원대에 판매하면서 '4대강 살리기에 따른 재테크 토지', '선착장·등산로 다수'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토지는 전원주택 건설 인·허가도 받지 않았고, 위치도 4대강과 거리가 먼 충북 제천이다.
전문가들은 퇴직 후 안정적인 수익을 찾는 고령인구가 늘면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닥터아파트의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정부가 더 강도 높게 단속해야 한다"며 "투자자들도 고수익 등을 내세우는 상품은 철저하게 사전 확인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기사 취재·작성에는 진상훈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