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보금자리주택 파워'… 민간분양 설자리 없다

뉴스 전재호 조선경제i 기자
입력 2010.03.22 03:09

'위례' 평균청약률 15대 1… 민간아파트 3월 공급물량 분양물량의 5%대 머물러

위례신도시에 이어 다음 달에만 1만5000여가구 규모의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공급되면서 민간 아파트 분양은 씨가 마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시세보다 최대 절반쯤 저렴하고 서울 강남권 등이 포함돼 가격과 입지에서 밀리는 민간 아파트는 분양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분양 시기가 4월 이후로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끝난 위례신도시 사전예약은 평균 청약률 15대 1의 '대박'을 터뜨린 반면 비슷한 시기 민간 아파트는 무더기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21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청약 여파로 당초 3월로 예정됐던 민간 아파트 분양물량(1만4382가구) 중 실제 공급된 물량(13일 기준)은 803가구(5.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예정물량 대비 공급물량 평균치(63%)보다 크게 낮고, 공급이 부진했던 작년 3월(37%)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것이다.

민간 아파트의 청약률도 저조하다. 지난 2월 이후 21일까지 민간 건설사가 공급한 아파트(2619가구)의 청약자는 모두 합쳐 3752명에 그쳤다. 서울 뉴타운과 강남권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더기로 미달됐다.

반면, 지난 9일부터 사전예약을 받았던 위례신도시(기타 특별공급 제외)는 총 1999가구에 2만9547명이 몰리며 평균 15대 1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다음 달에도 서울 내곡·세곡2 등 수도권 6곳에서 보금자리주택 1만5000가구에 대해 사전예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4월 물량은 위례신도시보다 7배 이상 많아 보금자리 열풍은 4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시세보다 30% 이상 싼 주택이 강남과 서울 근처에 쏟아지는데 누가 민간 주택에 청약하겠느냐"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간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 시기를 4월 이후로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2월로 잡았던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1205가구) 공급을 하반기로 연기했고, 경남기업도 오는 4월 경기 오산시 세교지구에서 1100가구를 내놓기로 계획했다가 5~6월로 늦췄다. 수도권 주택사업이 많은 모 중견 건설업체 대표는 "보금자리주택으로 수요자 관심이 쏠리고 있어 분양 시기를 잡을 수가 없다"면서 "올 들어 단 한 가구도 분양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민간 분양 위축에 대해 "보금자리 수요는 민간 아파트 수요와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간 건설사들은 "보금자리가 공급되는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 가격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민간 주택은) 도저히 승산이 없다"며 "보금자리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데 흡입 효과는 거의 '블랙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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