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년 후 최고 인기 주거지는… '한강변 용산'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0.03.04 16:16 수정 2010.03.05 03:27

[부동산 시장 대전망] 전국 2500명 대상 주택시장 설문조사

무주택자 42% "집값 내릴 것" vs. 유주택자 45% "집값 오를 것"
미군기지 이전ㆍ뉴타운 등… 대형 개발 호재 많아… 응답자 10명 중 6명… "2기 신도시는 글쎄"
'강남 재건축·뉴타운'… 응답자 절반 상승 기대… DTI 해제 여부에 따라… 주택시장 분위기 바뀔 것…

앞으로 10년 뒤 가장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거 지역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서울 강남'을 제치고 용산 한남뉴타운 등 한강변 개발지역이 1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가 신한은행과 공동으로 전국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 시장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주택 시장 설문조사 결과‘10년 후 가장 인 기가 있을 주거지역’으로 전체 응답자의 36%, 강남 거주자의 39%가‘한강변 용산’ 이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용산에서는 국제업무지구, 한남뉴타운, 미군 기지 이전 등 초대형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일보 DB

설문 응답자들은 '10년 후 가장 인기 있을 주거지역은 어디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21명(36%)이 '한강변 개발지역(용산·한남 뉴타운 등)'을 꼽았다. 2위는 수도권 신도시 지역(824명·32%)이었고,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주거지역인 강남(서초·강남·송파구)은 3위로 17%(439명)에 그쳤다.

응답자 중 서울 거주자(1050명·전체 응답자의 41%)만 놓고 보면 43%가 향후 최고의 인기 주거지로 '한강변 용산'을 선택해 서울 시민일수록 용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강남 거주자들도 10년 뒤 인기 지역으로 강남이 아닌 한강변을 꼽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강남 거주자의 39%가 한강변을 꼽았다.

현재 용산 지역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민간사업'으로 손꼽히는 28조원짜리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물론 한남뉴타운 개발 사업, 미군 부대 이전 등 초대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강변 용산 지역은 서울시의 초고층 주거단지 허용, 한강르네상스 개발 등의 영향도 함께 받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이 이 같은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한강변 개발 지역에 대해 주거지로서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흥 신한은행 전략영업본부 부동산전략팀장은 "전국적인 조사에서는 물론 집값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남 거주자들까지 한강변을 1순위로 꼽았다는 것은 앞으로 한강변 용산 지역이 강남 못지않은 주거 벨트로 성장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거주자들은 수도권 신도시를 10년 뒤 인기 주거지역으로 많이 선택했다. 경기 남부 지역 응답자의 46%, 경기 북부지역 응답자의 40%가 신도시를 인기 주거지역으로 꼽았다.

최근 2~3년 사이 주택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2기 신도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냉랭했다. '2010년 상반기 2기 신도시(판교·광교·동탄·김포·파주·양주)의 아파트 가격 전망'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들의 61%가 가격이 '그대로'라거나 '5~10%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3명 중 1명은 2기 신도시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설문 조사 결과대로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은 2기 신도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2기 신도시가 분양 시장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분양한 2기 신도시 아파트 분양 실적은 광교를 제외하고는 대거 미분양이 양산됐다가, 지난 2월 초 양도세 감면 대책 종료를 앞두고 겨우 미분양 일부를 털어냈다. 임기흥 신한은행 팀장은 "2기 신도시의 예로 판교와 광교를 포함하지 않았다면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응답 비율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역 일대에는 106층짜리 초고층 빌딩과 업무시설이 대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일 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나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와 비슷한 콘셉트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 조선일보 DB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월 말 인터넷을 통해 진행한 것으로 응답자 표본 수가 2500명으로 부동산 시장 설문조사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로 진행된 것이다.서울 거주자 1050명, 경기 남부 607명, 경기 북부 267명, 영남 312명 등 전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선일보와 신한은행이 공동으로 실시한 주택시장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올해 상반기 주택 가격이 소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택 시장 침체로 거래가 끊겨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상황과는 다소 다른 결과였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장기(10년 뒤) 전망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여전히 부동산이 주요한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많아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응답자들이 10년 후 가장 인기가 있을 주거지역으로 강남을 제치고 한강변 개발지역(한남 뉴타운, 용산)을 꼽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용산에는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들 어서고 있다. 이촌동 아파트 단지 뒤로 파 크타워와 시티파크가 보인다. /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10년 뒤 최고의 주거지로 꼽힌 용산 어떻게 바뀌나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까지 최고의 주거지역으로 꼽은 용산은 앞으로 주택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거지역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한남뉴타운'. 한남뉴타운 사업은 용산구 보광동·한남동·이태원동·서빙고동 일대 111만1030㎡에 4~50층 아파트 1만2710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평균 용적률 220%가 적용되는 한남뉴타운에는 4층 이하 89개 동, 5~7층 117개 동, 8~12층 33개 동, 13~29층 43개 동, 30층 이상 4개 동 등 총 286개 동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용산 개발의 또 다른 축은 용산역 일대를 개발하는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기존 철도공작창과 주변 건물을 헐고,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과 대규모 업무시설을 짓는 도시개발사업이다. 전체 건물 연면적만도 317만㎡(96만평)에 달한다. 이곳에는 106층(665m)짜리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서고, 대형 국제여객터미널과 30개가 넘는 대형 오피스 빌딩도 건설될 예정이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나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와 비슷한 콘셉트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용산지역에는 교통망 확충 계획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민간투자사업으로 확정, 발표한 신분당선 '강남~용산' 구간은 총 연장 7.49km로 7개 역으로 구성돼 있다. 용산지역에만 용산역과 국립박물관역(신설), 동빙고역(신설)이 들어서고 강남의 신논현역으로 연결된다. 2011년 상반기에 착공돼 이르면 2017년에는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 환경개선, 비즈니스 타운, 교통 여건 개선 등 각종 계획이 화려하긴 하지만 현재 용산의 집값과 재개발 지역 토지 지분 가격은 이미 이런 기대심리가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남뉴타운 지역의 3.3㎡당 가격이 6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워낙 대규모 사업이어서 사업 속도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여러 가지 변수에도 업무 시설에 따른 인구 유발 요인이나 주거환경, 교통망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용산이 강남에 버금가는 주거지역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자들 '집값 내릴 것' 전망 우세해

올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집값이 5% 안팎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38%, 10%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5%였다. 반면 5% 안팎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23%였고,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8%였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11.7%나 많아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집을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집값 전망은 엇갈렸다. 무(無)주택자들은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42%나 됐다. 반면 유(有)주택자들은 45%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면, 집을 가진 사람은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집을 매물로 내놓지 않는다. 반대로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택 구입 시기를 계속 늦추게 된다. 거래가 줄어드는 것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들 간의 집값 전망에 따른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보금자리주택과 광교와 송도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이 침체기를 겪는 것도 실수요층인 무주택자들이 집값이 내릴 것으로 보고 청약 시장에 뛰어들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뉴타운·재개발 지역에 대해 두 지역 모두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절반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존 주택 시장은 강남 재건축과 뉴타운·재개발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남 도곡동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전경.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3%는 올 상 반기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 조선일보 DB

◆예상보다 강력한 DTI 규제, 주택 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라

소비자들은 인구 감소와 대출 금리, 수요와 공급 등 각종 요인 중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36%)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정부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을까. 소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확대 시행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가장 강력하다고 꼽았다. 응답자 중 45%가 DTI 규제를 가장 강력한 주택 정책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분양권 전매제한(19%)과 분양가 상한제(16%)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정부가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 예상 외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말이다.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나 기획재정부에서도 "DTI 규제를 확대 도입할 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 나타나는 효과는 그 이상으로 강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어서 DTI 규제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기흥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팀장은 "여전히 국내 주택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논리보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며 "DTI 규제 여부에 따라 기존 주택 시장은 물론 신규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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