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내 주택 시장에도 3가지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보다 실속있는 중소형 아파트 전성시대가 열렸고, 태양광·태양열·지열(地熱) 등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해 관리비가 싼 친환경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 또 은행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세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월세 수익형 부동산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 전성시대
서울 송파구 송파동 H아파트 95㎡(29평)형은 작년 6월 말 3억7500만원이던 시세가 최근 1억3500만원이 오른 5억1000만원을 호가한다. 반면 서초구 서초동의 주상복합인 H아파트 332㎡(100평)형은 작년 6월까지 38억원대를 호가했지만 최근엔 5억원이나 떨어진 33억원대에도 매물이 팔리지 않는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30개 주택형 중 132㎡(40평형) 이상 대형은 6개에 불과했다. 전용면적 85㎡(25.7평) 이하가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했다. 작년 정부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 등으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높은 대형주택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소형의 강세는 집값뿐만 아니라 분양 물량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12만2805가구로, 이 중 132㎡ 미만 중소형 아파트가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9만가구를 넘는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중소형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금 상승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중소형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한 데다, 부동산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향후 가격 하락 위험이 적은 안정적인 투자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리비가 저렴한 아파트 인기
정부가 지난해부터 전국 아파트 관리비를 공개토록 하고, 앞으로 에너지 절감형 아파트가 아니면 아예 짓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관리비 싼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건설사마다 전기료와 난방비 등 에너지 관리비를 줄인 친환경 아파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고, 에너지 절감형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e편한세상'과 경기 부천 '역곡역 e편한세상'의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평균 40%까지 절감할 수 있도록 시공하고 있다. 단열재 성능을 강화하고 고성능 창호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가정에서 배출되는 공기의 열을 재활용하는 폐열(廢熱) 회수형 환기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관리사무실 등 공용시설에는 태양광 발전시스템, 태양열 급탕시스템, 지열시스템, 풍력발전 시스템 등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관리비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GS건설은 올해 6월 준공예정인 인천 '청라자이'에 지열과 태양광시스템을 적용해 주민공동시설의 냉·난방 수요를 지열로 대체하고, 중앙광장에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하는 한편 태양열 집열판을 통해 축적한 열을 급탕 에너지로 활용해 공동 족욕(足浴) 시설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건설 중인 '서교자이'에는 도시가스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 '소형열병합발전 시스템'을 도입했다. GS건설 관계자는 "132㎡ 주상복합아파트는 평균 전기료가 13만원 안팎인데 서교자이에선 소형열병합발전기를 가동해 5만원 안팎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월세형 부동산, 투자처로 급부상
최근 전·월세금이 치솟으면서 원룸·오피스텔·고시원 등 이른바 '월세 수익형 주택'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직장인과 신혼부부 등이 몰리면서 역세권과 대학가 중심으로 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월세금도 치솟고 있다. 특히 은행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퇴직자 중심으로 매월 고정적으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정부가 도시형 생활주택을 장려하면서 건축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건축비의 50%를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아 원룸 등 월세 주택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 실장은 그러나 "월세 수익형 부동산이 모두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변에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이 많으면 공실률이 높아 투자금을 잃을 위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