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권리금 급등… '상가의 보석' 스크린골프방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0.03.02 03:11

지난 겨울 한파·폭설 덕분 이용객 늘면서 44% 올라
지하2층 등 非인기층 점령도

자영업자 박모(45·경기도 수원)씨는 지난 2월 처음 스크린골프방을 찾았다. 주변에서 스크린골프를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박씨가 보기에는 스크린골프는 아무래도 골프 하는 맛이 떨어져 한 번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겨울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寒波)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박씨는 처음으로 스크린골프방을 찾았다. 박씨는 "처음엔 아이들 장난치는 것 같아서 별로였는데, 한두 번 쳐 보니 2만원(18홀 기준)짜리 놀이치고는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침체기에 빠진 상가시장에서 스크린골프방이 '귀족 매물'로 떠오르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오피스 밀집 지대는 물론, 주택가 상가와 교외 지역에도 스크린골프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상가 정보업체 '점포라인'의 정대홍 팀장은 "1990년 후반 상가 시장에 PC방이 블루칩으로 등장한 이래 거의 10여년 만에 스크린골프방이 블루칩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한파와 폭설이 몰아치면서 스크린골프방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 스크린골프방의 매출이 늘고, 권리금도 급등했다./골프존 제공

◆겨울 한파·폭설에 스크린골프방 특수 누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과 상가 정보업체 '점포라인'이 이 회사에 등록된 서울 지역의 점포 매물 2538개를 조사한 결과 매물 호가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스크린골프방'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골프방 매물 호가는 지난 1월에 비해 무려 44.1%나 올랐다.

두 번째로 권리금이 많이 오른 업종인 헬스클럽(27.9%)에 비해 10% 이상 더 올랐다. 스크린골프방 매물의 2월 평균 호가는 5억11만원으로 전달(3억4700만원)에 비해 1억5311만원 상승했다. 이처럼 스크린골프방의 호가가 급등한 것은 '겨울 날씨'의 영향이 크다. 지난 1·2월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지속되고 폭설이 쏟아지면서 스크린골프방이 '겨울 특수'를 누린 것.

겨울 매출이 증가한 곳은 직장인들이 많은 오피스 밀집 지역.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의 주상복합아파트 '롯데캐슬아이비' 지하 1층 스크린골프방의 경우 지난겨울 매출이 전년보다 10%가량 증가했다. 이 매장 김창식 사장은 "날씨가 추워 폐장하는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필드에 나가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스크린골프방을 많이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 꺼리는 지하 2층도 성황

스크린골프방이 상가 시장에서 블루칩 대접을 받는 것은 상가 입점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인 '입지'선택에 있어서 비교적 폭이 넓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가는 유동인구가 바로 접근할 수 있는 '1층 입구'가 요지(要地)로 꼽힌다.

반면, 지하 2층이나 지상 3~4층은 '비인기 층'으로 임대료도 2~3배 이상 떨어지고, 장사하겠다는 임대사업자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엔 스크린골프방 창업이 늘면서 상가의 비인기층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의 르메이에르빌딩의 경우 33㎡(10평) 기준으로 1층 입구 점포는 보증금 1억원 안팎, 월세는 500만원가량에 이른다. 하지만 지하 2층은 보증금과 임대료가 30~40%에 불과하다. 그만큼 손님을 끌기 어렵고, 높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하 2층은 2년여 전만 해도 점포가 들어서지 않아 전체 매장의 3분의 1 이상이 텅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지하 2층에 들어선 스크린골프방이 손님이 늘어나면서 빈 매장을 모두 임대해 매장을 확대했다.

◆초기 투자자금 많이 들어 리스크도 높아

스크린골프방 이용객이 늘어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것은 맞지만, 공급도 덩달아 늘어 '창업만 하면 대박'이 난다는 공식은 무너지고 있다.

점포라인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에 비해 지난해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으로 스크린골프방이 1위를 차지했다. 스크린골프방은 2008년 등록된 매물이 37개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574개의 매물이 등록됐다. 스크린골프방도 입지와 시설 등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게다가 스크린골프방은 5~6개 방을 갖춘 매장을 창업하는 데에만 초기 투자금이 3억~4억원에 달해 실패하면 손실이 막대하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최근 스크린골프방은 대형화, 고급화 추세로 가고 있어 초기 투자금도 크고 창업에 따른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며 "창업 전 수요 조사와 기존 매장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해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제의 뉴스

"서리풀공원 옆 아니었어요? 속을 뻔…" 서울 그린벨트 해제지 명칭 논란
서초 그린벨트 풀어 오세훈 주택 1.1만 가구 공급…신분당선도 놔준다
서초에 로또 아파트 2만가구 터진다…그린벨트 풀어 2029년 분양
주변 시세 60% 수준…충북 청주 지북동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공군 준장 출신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 된다

오늘의 땅집GO

서초에 로또 아파트 2만 가구 터진다…그린벨트 풀어 2029년 분양
[단독] "추가입주자도 계약 전 집 본다" 청년안심주택 관행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