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간 소송·사업지연 우려… 상승세 주도하던 강남권, 2000만~3000만원 떨어져
지난해 말부터 급등 조짐을 보였던 서울·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석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민 간 소송과 사업 지연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강남·송파구 등에서는 이달에만 2000만~3000만원씩 가격이 떨어졌다.
24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7%로, 작년 11월 이후 3개월 만에 월간 기준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2월 0.46%, 12월 1.3% 올랐다가 2월에는 0.07% 하락했다. 수도권 전체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권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다음 달 안전진단 실시를 앞두고 수천만원씩 올랐던 송파구 잠실5단지와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이 연기될 조짐을 보이며 가격이 많이 내렸다. 잠실주공 5단지 119㎡는 3500만원 내린 14억5000만~14억7000만원 선이고, 가락시영1차 49㎡는 6억1000만~6억3000만원으로 1000만원 안팎 떨어졌다.
대규모 재건축이 추진 중인 강동구 고덕주공 2·3단지에선 주민끼리 소송이 붙으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3487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던 고덕주공 3단지에선 일부 주민이 "자격없는 추진위원회를 강동구청이 승인해준 것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정비구역 지정 이전에 설립한 추진위는 무효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법원이 재건축 추진위에 대해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고덕주공 2단지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고덕주공 2·3단지 아파트 가격도 1~2주 새 2000만~3000만원씩 떨어지고 있다.
강남구에선 2월로 예정됐던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확정이 4월로 연기되면서 기대감이 꺾인 개포주공 1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줄었다. 개포주공 1단지 56㎡는 3500만원 하락한 13억2000만~13억5000만원 선이다. 강남뿐 아니라 경기도 재건축아파트 매매가 변동률도 이달 들어 -0.04%를 기록하며 오름세가 꺾였다. 지역별로는 남양주(-0.92%)가 하락폭이 가장 컸고 안산(-0.12%)·부천(-0.0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변화가 과거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닥터아파트 김주철 팀장은 "예전에는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거나 강화되면 재건축 아파트 가격 전체가 오르내렸지만, 최근에는 단지별로 사업속도나 소송 여부에 따라 가격이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