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견본주택 인적 끊겨 건설사들, 신규분양 중단…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11주만에 하락세로 반전
서울시 구로동 전세 주택에 사는 직장인 민모(38)씨는 이달 초 광진구 자양동에 새 전셋집을 얻기로 하고 계약서를 썼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있는 자기 소유 주택은 팔려고 내 놓았지만 6개월 동안 집 보러 온 사람이 고작 3명뿐이었다.
민씨는 "전세금이 비싸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용인 집만 팔리면 앞으로 당분간은 집을 살 계획이 없다"며 "집값이 오를 것 같지도 않은데 수억원을 깔고 앉고 산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주택 분양 시장의 유일한 '호재'였던 양도세 감면 대책이 이달 11일 종료되면서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소비자들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고 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미분양 주택물량이 몰려 있던 김포한강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에는 마지막 청약 인파가 몰리긴 했지만 11일이 지나자 모델하우스는 곧바로 텅텅 비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 후 주택시장은 신규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시장 모두 상승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민간 분양 시장 경기, 설 이후가 더 춥다
양도세 감면 대책 종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민간 주택분양 시장. 작년 11월부터 올 1월 사이 대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던 건설사들은 현재 신규 분양을 중단하고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로 들어갔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월에는 전국 13개 사업장의 총 5376가구 중 390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1월 일반분양 실적(1만8194가구)의 21.5%에 불과하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가 실수요자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투자 수요는 대폭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구입 의사도 격감해, 이달 10일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향후 6개월간 신규 분양주택에 청약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24.5%만 '그렇다'고 답했다. 작년 4분기(30.8%)에 비해 6.3%포인트 줄었다.
전셋집에 사는 세입자 중 신규 주택을 분양받을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작년 4분기 36.9%에서 29.6%로 7.3%포인트 감소했다.
민간 분양 시장이 얼어붙는 것은 올 2월과 4월에 예정된 위례신도시와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전예약의 영향도 크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경기도 요지에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의 50~70% 선에서 공급돼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청약저축통장이 없어 보금자리주택 청약자격이 없는 소비자조차 보금자리주택에 관심이 쏠린다. A 대형건설사 분양 담당자는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는 시기에 신규 분양을 하면 대규모 미분양 사태 발생이 뻔해 올 4월까지는 신규 분양 물량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상승세 확산 안될듯
그렇다면 기존 주택 시장의 분위기는 설 이후 어떻게 바뀔까? 작년 말부터 서울의 기존 주택시장은 소폭 상승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하지만 작년 12월 첫째 주부터 주간 상승률이 0.38%까지 치솟으며 강세를 보이던 강남권 4개 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이번 주 0.03% 하락해 11주 만에 마이너스(-)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일부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사업 절차가 진행되면서 가격이 올랐지만 실제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강남 재건축 아파트 상승세가 서울·수도권 전체 주택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전세금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전셋집에서 벗어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부동산114'의 설문조사를 보면 전세 세입자 가운데 '내 집'을 마련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7%에 그쳤다. 작년 평균 34.5%가 내 집 마련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