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금싸라기 땅이 기가 막혀!

뉴스 방현철 기자
입력 2010.02.11 06:13

여의도 225억 국유지, 年임대료 수입 4000만원
정부, 국유지 관리 주먹구구 개발 소홀… 7300억 땅 놀려

서울 여의도의 인도네시아 대사관 옆에 있는 국유지에 테니스장(3306㎡) 시설이 있다. 여의도 대로변 일반상업지역에 있는 '금싸라기 땅'이다. 용적률 800%의 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는 부지다. 땅값만 공시지가로 225억원. 1981년 국방부가 공군 과학관을 세우려고 샀는데, 건축 예산이 확보되지 않자 민간에 빌려줘 테니스장으로 쓰고 있다. 이 테니스장 임대를 통해 국방부가 올리는 한 해 수익은 약 4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테니스장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민간이 개발한 주상복합빌딩 '대우 트럼프월드'가 있다. 용적률 800%를 적용받아 41층으로 세워져 258가구가 입주해 있다.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건물 가치는 약 2500억원. 가령 모든 가구가 평균 250만원의 월세를 받는다면 연간 월세 수입 77억원을 올릴 수 있다.

서울 여의도동 3306㎡ 넓이의 국방부 소유 국유지. 공시지가 225억원의 금싸라기 땅인데도 한가롭게 테니스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매년 4000만원의 임대수익밖에 거두지 못하지만, 뒤편의 주상복합빌딩처럼 고층 건물을 세우면 연간 77억원 이상을 벌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캠코(자산관리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테니스장 부지에 18층짜리 민관복합건물을 세울 경우 사무실 등으로 임대해 연간 109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부가 트럼프월드 같은 초고층 건물을 세워 사무실로 빌려 준다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층 건물로 개발하자는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확보해 과학관을 세우겠다는 국방부 간에 합의가 되지 않아 '금싸라기 땅'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테니스장으로 계속 두면 주민들에겐 요긴한 운동시설로 남는다. 하지만 국부(國富)를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값비싼 국유지를 사실상 놀리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수원에 있었던 서울 농생대 부지(15만2070㎡)는 2003년 9월 농생대가 서울로 이전하고 나서 방치된 상태다. 학교시설로 용도가 제한돼 있어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지 관리를 맡은 캠코는 아무런 수익도 올리지 못하면서 관리비만 연간 35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과천 정부청사 인근에서도 국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정부부처 사무실이 부족해 법무부 등 5개 부서 소관기관이 연간 22억원의 임차료를 내면서 과천 청사 인근의 사무실을 임차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과천 청사에서 7㎞ 정도 떨어진 서울 우면동엔 노는 국유지(4331㎡)가 있다. 법무부가 1995년 서울보호관찰소 부지로 매입한 땅을 15년째 묵혀 두고 있는 것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휴 국유지가 9.9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8.5㎢)의 1.17배에 해당한다. 금액으로는 7277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는 국유지 관리를 맡는 각 부처와 지자체가 마치 자기 재산처럼 여기면서 유지·보존에만 관심을 두고 국유지를 활용해 국부를 늘리는 개발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국유지 관리를 총괄하는 재정부도 그동안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국유지 사용 실태에 대한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다. 재정부는 이날 '국유지 선진화 기획단'을 출범시키고, "유휴 국유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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