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 속도 불붙어 전세값 연초에도 계속 올라
일부선 "호가만 오르는것"
연초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시장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주택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연초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전세금도 지난해에 이어 새해 들어서도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5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서는 상승폭이 커졌다. 12월에는 0.05~0.06% 정도 오르는 데 그쳤지만 1월 첫째 주부터는 0.19%, 0.22%, 0.21%씩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소득규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강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일부 단지에서 재건축 사업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2단지는 지난해 12월 28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를 앞두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72㎡·21.7평)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7억80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8억6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개포동 주공1단지(52㎡·15.7평) 역시 11억9000만원에서 12억6000만원으로 호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현장 중개업체들은 "정작 집 살 사람은 구경도 하기 힘들고, 거래도 거의 없는데 호가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려 내놓기는 하지만 실제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일부 아파트 단지가 사업속도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 있겠지만 이런 변화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보다는 전세시장이 더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전세금은 지난해 1월 23일 조사 이후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주에도 서울 전세금은 평균 0.14% 상승했다. 다음 주 조사에서도 전세금이 오른다면 1년째 계속 상승하는 것이다.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결과 강남 지역에서 4억~5억원짜리 중소형 전세 주택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도곡동 '렉슬아파트' 109㎡(공급면적 32.9평)형의 경우 1월 들어 6억원에 거래돼 한 달 전의 5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이 올랐다. 다행히 경기도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많은 편이다.
올해 경기 지역은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18%가량 많은 11만7000여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올해는 싼 전셋집을 찾아 경기도로 떠나는 이주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