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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차별화, 외국서도 논쟁 치열… "소득 격차가 주택 가격 양극화로 이어져"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09.12.17 03:20

"좋은 학교와 학원이 몰려 있어서이다." "세금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서울 강남권 등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특정지역의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오르는 이유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정부는 강북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오르는 강남 집값을 낮추기 위해 고교 선택제를 도입했고, 부동산 관련 세금도 대폭 늘렸다. 낙후지역을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강북권 뉴타운계획도 어떤 측면에서는 강남·북 간의 집값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였다. 지방과 서울의 집값 격차는 강남·북 격차를 초월한다. 최근 조사에서 서울의 3.3㎡당 아파트 매매가(11월4주 기준)는 1778만원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한 전라남도(289만원)에 비해 6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뭄바이에서 건설 중인 고급 아파트는 주변의 빈민가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최근 금융 분야 등에서 초고액 연봉자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급 주택 붐이 불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


지역별 집값 격차가 나타나는 현상은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외국에서도 지역 간 집값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숱한 논쟁과 연구가 있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조셉 그르코 등은 '수퍼스타 시티(SUPERSTAR CITIES)'라는 논문을 통해 지난 40년간의 미국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과 인구·소득 통계를 분석, 특정 도시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높은 이유를 밝혀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보스턴·뉴욕 등 집값이 높은 지역에 '수퍼스타 시티'라는 이름을 붙였다. 수퍼스타 시티는 40년간 집값 상승률이 연평균 2.47~3.96%. 미국 대도시 평균 1.77%의 2배가 넘었다. 연간 가격 변동률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40년간 격차가 누적되면서 집값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졌다. 이들은 수퍼스타 시티의 가격이 오른 이유에 대해 그 도시에 살기를 원하는 부자들의 이사 수요가 지속적으로 존재하지만 건축 규제 등으로 주택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경제가 글로벌화됨에 따라 도시의 산업과 공간구조가 바뀐다는 글로벌시티(GLOBAL CITY)이론으로 집값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1970~1980년대 선진국의 제조업이 개도국으로 빠르게 이전하면서 선진국은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서울 강남구의 타워팰리스. /조선일보 DB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해외이전으로 실업률이 치솟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린 끝에 제조업 대신 IT·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금융, 법률, 서비스, 관광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했다. 이에 따라 런던, 도쿄, 뉴욕과 같은 글로벌 시티들은 다국적기업의 본사들과 금융회사들이 몰리면서 고액연봉자들이 급증했다. 하지만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블루칼라 계층의 대량 해고가 이어지면서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났다. 이런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한 소득양극화 현상이 주거 양극화, 주택가격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학 피터 마르쿠제 교수는 글로벌 시티에서 주거지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주거지를 4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초부유층이 거주하는 성채도시(Citadel). 교외에 위치한 전통적인 부유층 주택과 달리, 성채도시는 뉴욕의 배터리파크, 상하이 푸둥, 프랑스 라데팡스처럼 신흥개발지역에 지어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고액연봉자뿐만 아니라 자산상속가, 대기업 임원과 중소기업 사장들이 거주한다.

금융·업무 중심지로 개발된 프랑스 라데팡스에는 초고가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블룸버그 뉴스


둘째, 도심 재개발지역(Gentrified city). 전문직·관리직·기술직들이 몰려 사는 지역으로 주로 싱글이나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셋째, 전형적인 중산층이 사는 교외지역. 자가 소유자들로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중산층 가정들이 주로 몰려 살고 있으며 교육여건이 좋다는 것이 특징이다.

넷째, 자가 소유자보다는 임대거주자가 많은 근로자거주 지역이다. 마르쿠제 교수는 서구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 인도, 중국, 러시아 등도 글로벌경제에 편입됨에 따라 선진국 도시에서와 같은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주거지 분리현상과 가격 격차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글로벌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제조업체들이 저임금을 찾아 중국 등으로 떠나는 해외이전이 본격화됐다. 또 금융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스톡옵션, 성과급을 통해 초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비정규직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한국도 IMF외환위기 이전에는 고가주택이 많지도 않았고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시세조사업체인 '부동산 114' 조사결과, 2000년만 해도 20억원 이상의 아파트가 단 한 채도 없었다. 하지만 2005년에 20억원 이상 아파트가 4800가구로 증가했으며 이 중 30억원 이상도 166가구나 됐다. 최근 조사에서는 20억원 이상 아파트가 1만8000여 가구이며 30억원 이상은 2100가구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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