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앞두고 새 아파트 쏟아져
입지 좋은 청라·광교는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
"지역별 여건·가격에 따라 당분간 양극화 이어질 것"
연말을 앞두고 새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청약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인기 주거지로 떠오른 인천 청라지구와 수원 광교신도시는 거의 모든 아파트가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 불패'를 자랑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와 수요가 적은 중대형 주택은 3순위에서 겨우 모집 가구수를 채우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과 밀어내기 분양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닥터아파트의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집값이 10월 중순 이후 꺾이면서 소비자들이 청약 통장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5만여가구의 물량이 한꺼번에 분양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라·광교 '대박'…중대형은 부진
한동안 '묻지마 청약'을 연상시킬 만큼 뜨거웠던 아파트 청약시장이 최근 지역별·상품별로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 들어서는 '가재울 래미안·e편한세상'(625가구)은 지난 2일 1순위 청약에서 16개 주택형 중 4개 주택형 230여가구가 미달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미달된 주택은 모두 153㎡(47평)형이 넘는 대형이었다. 대형이 전체의 90%를 넘는 서울 상봉동 '프레미어스 엠코'도 122㎡(37평)형 이하 중소형은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된 반면, 대형은 3순위에서 겨우 청약자를 채웠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경기 불안이 여전한 데다 전셋값 강세 영향으로 대형보다 중소형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세보다 분양가격이 높은 단지도 청약률이 부진하다. 마포구 공덕동 '마포 펜트라우스'는 3.3㎡당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2360만원대로 책정됐다. 결국 7개 주택형 중 6개가 3순위에서도 청약자를 채우지 못했다. 3.3㎡당 최고 3600만원대에 분양됐던 서울 동자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도 1순위에서 모집 가구수의 약 20%가 미달됐다. 두 곳 모두 주상복합이며, 재개발 아파트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그러나 분양가가 높아도 입지가 좋은 단지들은 높은 청약률을 보이고 있다. 광교와 인천 청라지구, 서울 강남권이 대표적. 지난달 말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래미안 광교'(610가구)는 1순위에서 평균 55.08대 1, 최고 775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올 들어 1순위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인천 청라지구 '대우푸르지오'도 평균 4.5대1의 경쟁률로 첫날 청약이 완료됐다. 입지가 좋은 서울 강남권의 '방배 서리풀 e편한세상'(99가구)도 최고 10.25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집값 약세…쏠림 현상 더 심화될 듯
청약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보다 아파트 분양 물량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년 2월 11일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건설사마다 '밀어내기'식 분양이 이뤄지면서 연말까지 대기 중인 물량만 5만여가구에 달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청약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확대로 매매시장이 얼어붙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였고, 이로 인해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큰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입지 등 투자가치를 더 민감하게 살피게 됐다는 것.
부동산1번지의 박원갑 대표는 "신규 공급 물량이 쏟아져 분양시장이 일시적으로 소화불량에 걸린 상태"라며 "입지여건이나 가격 등에 따른 철저한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스피드뱅크의 이미영 팀장은 "양도세 감면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장래 투자가치가 확실한 단지라면 적극적인 청약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