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兆 규모 국제업무지구… 7개월만에 토지대금 해결
공사자금 조달 숨통 트여… "계획대로 2016년 완공"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민간사업으로 꼽히는 28조원짜리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토지대금 납부 문제가 7개월 만에 극적으로 해결된 것. 이 사업의 최대 주주(지분 25%)이자 토지 매각자인 한국철도공사는 27일 땅값 분납 기간을 5년에서 최대 7년으로 연장하고, 계약금도 20%에서 10%로 낮춰주기로 했다.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이날 "이번 사업이 녹색 철도 성장 전략과 철도 선진화 정책은 물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윈윈 차원에서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 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는 밀렸던 2차분 땅값과 3차분 계약금 6400억원을 다음 달 말까지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금융 위기 이후 자금조달 문제로 지지부진한 다른 대형 프로젝트의 활성화에도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드림허브측은 자금 조건이 완화된 만큼, 당초 계획한 2011년 착공,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땅값 문제 해결…자금조달 숨통
지난 2007년 말 사업자로 선정됐던 드림허브는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사업부지 56만㎡를 4개 구간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토지비만 8조원에 달해 일시납이 불가능한 만큼 5년 분납하는 조건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차분 4000억원과 2차분 계약금 4000억원 등 8000억원을 냈다. 그런데 작년 9월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금융권이 파이낸싱에 난색을 보이면서 자금 조달에 진통을 겪었다.
결국 지난 3월로 예정됐던 2차분 중도금(4027억원·이자 포함)을 납부하지 못했다. 이후 드림허브측은 납부조건 완화를 공사측에 요청했지만, 공기업 재산매각 지침에 발목이 잡혔다. 지침에는 분납기간을 5년까지만 인정했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지난 9월 공기업 재산매각 관련 지침이 새로 바뀌면서 분납기간이 최대 10년까지 늘어나게 돼 이번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드림허브는 대금 납부 조건이 완화되면서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땅값 조달을 위한 파이낸싱 작업도 거의 끝냈다. 채권 시장을 통해 ABS(자산담보부증권) 등을 발행해 땅값 자금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금융권과 합의가 거의 이뤄진 만큼 채권 발행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림허브는 향후 자금 조달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2011년 공사 착공과 함께 아파트, 오피스 빌딩 등 건물을 분양하면 공사비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국내외 여러 기업으로부터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있어 분양에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드림허브는 연말까지 서울시로부터 도시개발 구역지정을 받고,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초고층 등 30개 건물 들어서
지난 2006년 개발이 확정된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기존 철도공작창과 주변 건물을 헐고,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과 대규모 업무시설을 짓는 도시개발사업이다. 전체 건물 연면적만도 317만㎡(96만평)에 달한다. 이곳에는 106층(665m)짜리 초고층 타워가 들어서고, 대형 국제여객터미널과 30개가 넘는 대형 오피스 빌딩도 건설될 예정이다. 특급호텔과 쇼핑몰은 물론이고 주상복합 아파트와 다양한 문화시설도 들어간다. 단지 안에서 업무와 주거·문화 등이 모두 해결되는 '도시 속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나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와 비슷한 콘셉트다.
개발을 맡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 김병주 팀장은 "사업이 완공되는 2017년엔 하루 유동인구만 38만명으로 추산된다"면서 "세계의 모든 비즈니스맨이 와서 일하고 싶은 첨단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스터플랜 설계를 맡은 세계적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건물을 '다도해' 모양으로 배치하고, 스카이라인을 신라 금관 모양으로 디자인해 새로운 워터프런트(수변도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해 삼성물산, 롯데관광개발, 국민연금, 푸르덴셜 등 국내외 금융권과 대기업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